장재혁 김수민 김동하 이재천
“저는 토익·자격증보다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나만의 스토리로 합격했습니다. 회사를 몸소 체득한 덕에 합격했습니다.” 4일 하나금융그룹 잡콘서트에 나온 4개 계열사 신입사원들은 행사장에 모인 학생들에게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자격증을 따거나 영어성적을 올리기보다는 인턴십 등 특별한 경험을 통해 회사를 알려고 했고 그 덕에 차별화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나금융이 원하는 인재를 직접 느끼기 위해 사전 신청해 선발된 250명의 학생들이 시작 1시간 전부터 속속 행사장인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8층 강당에 모여들었다. 자리가 없는 학생들은 바닥에 앉거나 일어서서 봐야 했지만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선배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나는 ‘OOO 덕에’ 합격했다
행사에 참여한 4명의 하나금융 신입사원에게 ‘나는 OOO 덕에 합격했다’라는 공통질문을 던졌더니 놀랍게도 돌아온 답은 한 가지였다. 회사를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하나금융과 관련된 남다른 경험을 통해 자소서부터 면접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
하나은행 남동중앙RM 1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재혁 대리는 합격의 열쇠로 ‘친구’를 꼽았다. 그 친구는 스터디 동료들이었다. 취업을 앞두고 대학동기 10여명이 모여 매일 서로의 자소서를 첨삭해주고 채용 정보도 공유했다. 좋은 정보는 혼자만 알고 있으려고 할 법도 하건만 누구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이런 나눔의 정신이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친구들 덕에 용기가 생겨 현직에 있는 선배들을 직접 찾아가 살아 있는 정보도 들을 수 있었죠. 여러모로 스터디의 힘이 컸습니다.”
외환은행 한남동지점 김수민 계장은 인턴십 덕을 톡톡히 봤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외환은행에서 두 달간 인턴십을 하면서 ‘정말 은행원이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꿈에 부풀었다. “회사를 사랑하니 자연히 마감 이후에도 선배들 업무를 도우며 은행 업무에 대해 묻고 하루의 에피소드를 공유하면서 외환은행 직원이 된 저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하나대투증권의 김동하 씨는 ‘남다른 수집력’ 덕에 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하나대투증권과 관련된 모든 기사를 훑었다. 자연히 자소서를 쓰거나 면접을 보는 데도 다른 지원자들보다 훨씬 수월했다. “회사의 임직원 분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인식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임직원 분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했죠.”
○하나금융 신입이 밝히는 면접 노하우
하나은행의 면접은 PT면접, 인성면접 및 게임면접 등 다양하다. 종류가 많다 보니 응시자 입장에서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장 대리 역시 ‘꽤나 부담스러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솔직하게 임하는 데 집중했다. “인턴면접 때 자소서를 과장해 쓰는 바람에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진실된 모습을 보였더니 오히려 합격률도 높아졌어요.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있고 적극적인 모습도 함께 어필했죠.”
해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김 계장은 취업을 앞두고 돌아와 한국의 공채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다. 갈피를 못 잡던 그는 온라인을 통해 동종 분야 입사를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모아 스터디를 꾸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제게 스터디원들이 남다른 경험을 어필해보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그래서 7년간의 인도 유학 경험을 살리기로 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 활발히 진출하는 만큼 은행의 역할도 커질 것이고 저 또한 여기에 기여하겠다고 지원동기를 밝혔죠.”
하나캐피탈 설비금융팀에서 일반리스 업무를 맡고 있는 이재천 주임은 지원 회사뿐 아니라 경쟁사 및 업계와 관련된 이슈와 문제점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꼼꼼히 정리했다. “마침 제가 지원할 당시 금융권은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몇몇 업체의 도덕성과 관련해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어요. 이에 기초해 제 생각을 꼼꼼히 정리한 덕에 면접 때 쉽게 답할 수 있었죠.”
○“그대는 곧 꽃을 피우리라”
하나은행 장 대리는 금융자격증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동기들 중에 자격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 친구들은 대신 자소서도, 면접도 남달랐죠. 성격도 원만해 잘 어울리더라고요. 실제로 면접 때도 구체적인 금융지식보다는 팀워크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과 같은 인성에 초첨을 맞춰 물어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나대투증권 김씨도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면접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스펙이 월등해서 지원하는 모든 회사의 서류전형에 합격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잇따라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결국 취업에 실패했죠. 단 한 곳의 서류전형에만 합격하더라도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부단히 면접 준비를 한다면 단 한 번의 기회로도 취업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나캐피탈 이 주임은 ‘준비와 노력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되라’고 격려했다. “기업에서 자격증을 원한다면 취득하고, 경험을 원한다면 인턴십 등 필요한 경험을 많이 하세요. 지금 몇 달, 몇 년간의 고생으로 인해 달라진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열심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외환은행 김 계장은 이야기를 마치며 갑자기 작은 신문 조각을 꺼내들었다. “취업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주신 신문 기사예요. ‘그대의 계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곧 그대는 꽃을 피우리라’ 이 문구를 책상 앞에 붙여두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읽으며 위로받았죠. 반드시 여러분의 계절은 오게 돼 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멋진 꿈을 펼치길 바랍니다.”
이도희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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