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님'으로 변신한 금융거물들 첫 강의…권혁세 前금융감독원장

입력 2013-09-05 17:19   수정 2013-09-06 02:54

"삼성·현대차가 언제까지 먹여살릴순…獨처럼 중견기업 금융지원 확대해야"
권혁세 前금융감독원장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도 독일처럼 강한 중소·중견을 많이 키워야 합니다. 그런 기업을 많이 만들어내려면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모교인 서울대 경영학과 강단에 섰다. 가을학기에 개설된 3학점짜리 ‘재무특강’이 5일 시작됐다. 첫 강의에서 권 전 원장은 독일을 주목하자고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언제까지 우리나라의 ‘캐시카우’로 외환보유액을 늘려 줄 수 있을까요. 독일은 중소·중견기업이 탄탄하기 때문에 어떤 경제위기나 재정위기가 와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청년실업률도 최저 수준이고요.”

그는 독일 경제가 강한 이유 중 하나로 산업과 금융의 유기적 관계를 꼽았다. “독일이 강소기업인 ‘히든 챔피언’을 많이 보유한 데는 은행과 기업이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꾸준히 지원하는 금융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금융권엔 여전히 ‘비올 때 우산을 빼앗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은행들은 기업이 잘될 때 돈을 빌려가라고 하다가도 조금만 어려워지면 회수하지 않느냐”며 “우리 금융시스템도 독일처럼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전 원장은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을 겪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좀처럼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지표가 일본과 비슷하게 가고 있어 걱정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모든 경제주체의 일본과 달리 역동적이고 포용성이 큰 만큼 희망을 가져도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포퓰리즘 성격의 법안 양산에는 큰 우려를 보였다.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법안이 활개치고, 정작 필요한 것들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키아가 한순간에 무너지듯이 우리도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퇴임한 권 전 원장은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달 초 출간될 ‘경제 에세이’ 집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고시공부할 때처럼 하루에 7~8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썼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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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 글로벌기업 못나오는 이유는…인재·도전정신 부족에 시스템 취약"
김승유 前하나금융지주 회장

“국내 은행들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일반 기업처럼 해외에 진출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인재가 없고, 시스템이 취약하며, 도전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은 5일 서울대 경영대에서 열린 ‘국제경영특강’ 이번 학기 첫 강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2학기 서울대 경영대 초빙교수로 임명돼 이 과목을 처음 강의했다. 이번 학기가 두 번째 강의다.

김 이사장은 “평생을 금융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에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 경험을 금융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인재 양성에 더 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해외 금융회사에 도움을 요청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그 회사는 하나금융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일정 부분은 반드시 인재 양성에 쓰라고 주문했다”고 회고했다. 직원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여신 심사 능력 등을 키우는 것이 당장의 자금 지원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이사장은 이어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전 해당 국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축적해 영업에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한 리테일 영업으로 국제무대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일본 은행들을 보면 현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내 제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국내 은행들은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률(GDP) 등 거시적인 지표에만 매달려 정작 현지인들이 원하는 세심한 서비스 제공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글로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환경이 열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서 오히려 기회를 찾으려는 기업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라고 덧붙였다.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강의에는 하나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이 수강 신청을 해 관심을 끌었다. 김 이사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켜본 학생을 대학에서도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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