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파이시티'… 업권 매각 갈등

입력 2013-09-08 17:24   수정 2013-09-08 23:28

대주단 "청산 하겠다"…매수자 STS개발 "기존 투입비 안주려는 꼼수"
대주단 "4000억원엔 못판다…가격 안올리면 땅 공매"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복합유통센터(사업명 파이시티) 개발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섰다. 사업권 매각을 둘러싸고 우리은행·농협 등 채권은행단(대주단)과 매입 추진 업체(STS개발)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대주단은 최근 매입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해당 부지를 제3자 공매에 부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STS개발과 파이시티의 또 다른 채권자(설계업체 등 용역업체)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대주단, ‘사업 청산’ 선언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농협·하나UBS·리치몬드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파이시티 대주단은 최근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의 공매를 추진 중이다. 부지 공매는 현재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파이시티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청산될 경우 용산 개발과 은평뉴타운 중심상가 개발(알파로스)의 좌초에 이어 세 번째로 무산되는 초대형 개발사업이어서 은행권과 부동산시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파이시티 사업은 2004년 시작됐으나 인허가 지연으로 자금난에 몰리며 난항을 거듭한 끝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에 대주단은 사업권을 포함한 파이시티 법인을 매각하기로 하고 입찰을 통해 STS개발과 신세계·롯데쇼핑 등이 참여한 STS컨소시엄을 매수업체(매수가격 4000여억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일부 금융사들이 “4000억원에 팔면 대주단에 돌아오는 금액이 3000여억원에 불과해 손실이 너무 크다”며 “STS컨소시엄을 무시하고 제3자에 공매를 통해 땅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매로 땅을 팔고 파이시티 법인을 파산시키면 대주단은 대출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게 된다. 반면 대주단에 속하지 않은 일반 채권자들은 채권(직원 체납임금 국세 용역대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어 크게 반대하고 있다. 파이시티 설계업체 관계자는 “3년간 사실상 사업을 끌어왔던 대주단이 이제 와서 자기만 살겠다며 말 뒤집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TS컨소시엄도 “계약 위반”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주단은 “파이시티 대출 원금만 해도 8000억원이 넘고, 그중에는 펀드를 통해 투자한 일반인도 적지 않다”며 “매도가격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생 장기화 우려

대주단의 화물터미널 용지 공매 방침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4000억원 이상에 팔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땅을 매입한 사업자가 개발사업에 착수하려면 인·허가 절차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사업 부지 교통 등 주변 상황이 파이시티 인허가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며 “새 사업자가 현재 수준의 인·허가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파이시티의 매각 여부는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관계인 집회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대주단이 공매에 합의해 부지 매각이 결정되면 파이시티 사업은 청산된다. 공매가 시행되면 파이시티와 건물 임대차 계약을 하고 보증금을 넣었던 현대백화점 등 일반채권 기업들도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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