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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보다는 먼 곳의 상황에 촉각을 세우는 소위 ‘아프가니스탄 신드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북한 때문에 전쟁을 걱정했지만 한국민들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덜 민감했다. 그것은 김정은이 권력기반을 다지고, 원조를 얻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정 집단이 돌발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이처럼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 요즘 급속히 퍼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오염 수산물 공포는 짚어 볼 만하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보면 일본에서 수입한 것도 아닌 연근해 어장의 갈치와 고등어도 안 팔린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추석 때 생선전을 부쳐 먹어도 되느냐가 걱정거리가 됐을 정도다. 과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연근해 어종까지 기피하는 것은 지나친 점이 있다. 일본 앞바다와 한국 연근해에서 사는 고등어 등은 서식지가 분명히 다르다. 일본을 끼고 도는 해류가 북태평양과 미국 서해안 등을 거쳐 다시 제자리로 오려면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방사성물질은 무거워서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오염도는 점점 낮아진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 같은 과학적 지식 없이 괜스레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할 수만은 없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에 관한 한 한국 국민들은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되고 있다는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에 흘러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것인지, 지금 바다는 어디까지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등등 궁금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세 시간만 쏘여도 사망할 수 있는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등의 가슴 철렁한 소식들 뿐이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정부도 부산해졌다. 지난 주말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방사능 검사 수준도 대폭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 불안을 잠재운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는 의문이다.
후쿠시마 인근 10개 현을 대상으로, 모든 식품과 사료에 대해 수입을 제한한 중국보다도 낮은 수준의 안전망이다.
게다가 최인접국으로서 일본 정부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 정부가 출하 규제한 50개 품목만을 수입 금지시켰던 소극적이고 타협적 태도를 버리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국민의 불안은 국무총리와 장관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고등어 몇 마리를 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산 식품을 전면 수입 금지하든지, 중국 등 인접국과 공동대응을 논의하든지, 먹거리 안전망 구축에 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과학은 거짓이 되고, 괴담이 진실 행세를 하는 것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때 겪었던 ‘광우병 파동’ 한 번으로 족하다.
조주현 생활경제부장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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