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다시 인사의 계절인데

입력 2013-09-10 17:57   수정 2013-09-11 05:35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쯤 되면 정말 대단한 과정을 거쳐 엄선되는 걸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상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 정권 교체기 때 장관을 지낸 A씨 경우다. “대통령과는 일면식도 없었는데 조각명단에 들어가 깜짝 놀랐다.” 면담 한 번 없는 장관 기용이 정상인가 하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수년 전 인사권자와 한 번 조우가 인연이 돼 요직에 발탁된 인사들은 현 정부에도 있다. 장관 인사가 가벼운 이유는 뭘까. 첫째, ‘장관이야 누구든 상관없다. 어차피 청와대가 다 한다’고 여길 수 있다. 둘째, 추천자를 절대 신임해 검증과정을 건너뛴다. 셋째, 측근 실세들의 인사 주무르기가 이유다. 어느 쪽이든 인사가 정권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이 간과된다.

인사파일 자체가 검증 안돼

지금 장관, 수석들 일처리를 보면 솔직히 ‘저 정도라면 대충 누구를 뽑은들…’ 싶다. 정무직이 아니라 사무관 같다. 스타는 아예 없다. 반대로 인사가 정교하지 못해 저런 깜냥들만 포진했나 싶기도 하다.

인사의 묘미는 정권이 바뀔 때다. 때로는 감동도 주지만 실망 이상의 그 무엇까지 안기는 게 인사다. 노무현 정부 때는 먼저 인사에서 세상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고소영 인사파동’ 이후 계속 밋밋해졌다. 실세라는 측근들이 인사를 좌우하는 건 이제 그러려니 하는 관행으로 굳어진 듯하다.

인사권자가 천하의 뭇 인재를 다 알 수 없다는 게 물론 한계다. 수첩에 빼곡 정리도 됐다지만 그래서 몇 명이나 적었겠나. 결국 이전 정권 흉을 보면서도 인사파일은 참고하게 된다. 그런데 이 인사파일이란 것이 부실하다는 점이 또 문제다. 인사과정이 그렇듯 인사자료 자체가 기밀사항이다 보니 정보라고 마구 올리기만 했을 뿐 대개 검증이 없었다. 선의로 봐도 검증의 밑자료일 뿐이다. 줄줄이 드러난 경력은 정작 판단 근거로 모자라고, 덧붙여진 비공식 자료는 부실하다. 인사권자의 딜레마다. “청문회라고 털어봤자 미담사례만 나온다”와 “11세 사생아까지 뒀다”는 극단 사이에서 균형시각은 쉽지가 않다. 인사 참모도 매우 중요한 이유다.

1년 평가 때 낙제 면하려면

그런 기밀 인사자료가 알음알음 유통된다는 게 놀랍다. 정무직 출신 B씨의 경험담. “비서실 후배가 내 파일에 ‘위장전입, 토지 불법매입 혐의’가 있다고 알려주더라.” 근거 없는 투서가 인사자료로 둔갑한 경우다. 인사파일, 존안자료에 온갖 루머까지 뒤섞여 있다는 얘기다.

전에 왕차관이라 불렸던 이가 정권인수 때 인사파일 1만명분을 확보했다며 으스댄 적이 있다. 세상의 특급자료를 가진 듯 우쭐했지만 정보로 보기 힘든 내용도 많다. 한때 중앙인사위원회란 것도 생겨 인사를 전담했으나 이후에 그 자료가 요긴하게 쓰였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공공의 인사는 언제나 관심사다. 권력 주변일수록 관심의 밀도는 높아진다. ‘누가 어느 공기업 사장’ 같은 정보는 하룻밤만 앞서도 온갖 정치장사 다 해먹는 게 정치권 늑대들 행태다. 그래서 권력은 역시 문고리 권력이 최고다.

다시 인사의 계절이다. 3개월여 정지상태였던 공기업, 공공기관장 인사가 본격화됐다. 장관 인사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큰 장이다. 세무조사는 지분 0%인 정부가 공기업 사장 내보내는 데 아직도 특효약이고, 사정기관과 언론사에 동시에 배달되곤 하는 투서도 단심제인 여론재판에선 ‘한 방 효과’로 여전하다. 이번에도 잘못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1년 평가 때 인사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을지 모른다. 취임 6개월 평가에서 제일 낮았던 게 인사였다. 그런데도 아직 친박, 비박하며 같은 당끼리도 출신 타령을 한다니 딱하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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