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서울, 원산을 종단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와 유럽 파리까지 횡단하는 열차에 관광객뿐만 아니라 우리 상품을 실어 수출열차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1만9000㎞를 배로 갈 때는 27일이 걸리지만 철도는 열흘이면 충분하고 운송비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철로가 뱃길보다 안전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아이디어는 이미 1970년대 말 현대정공(현대로템의 전신) 설립 때부터 갖고 있었지만, 복잡한 국내외 사정 때문에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의지를 밝혔고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선친의 오랜 숙원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사실 유라시아 횡단철도 연결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등 계열사들이 총동원될 수 있는 유망사업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철도청과 철도차량 공급·연구개발에 관한 협력합의서를 교환하고 2015년 개통할 모스크바 순환선 전동차 231량(약 4300억원)과 모스크바 지하철 고급 전동차 2500량(약 4조5000억원) 입찰을 준비 중이다.
현대로템이 설계·생산기술,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주도하고 차량을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남북한과 러시아가 철도연결 사업에 합의하면 북한에서도 차량 조립,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어제 러시아 최대 중공업회사이자 화물철도차량 생산업체 UVZ의 철도사업본부장이 창원에 있는 현대로템 철도차량공장을 방문까지 했다.
그러나 역시 북한이 문제다. 몇 차례 추진되던 러시아 송유관 및 가스관 사업이 불발한 것도 다 북한 때문이다. 한반도 종단 철도를 가동하려면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툭하면 트집을 잡고 떼쓰기를 반복하는 북한 정권의 속성상 사업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우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까지 예정돼 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함께 북한의 개혁·개방을 끌어낼 국제사회의 공조 방안이 필요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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