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 흰 차선 사이로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다. 한 위치에서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배열해 놓은 것이다. 까만 도로와 흰 차선, 그리고 사진과 사진 사이의 여백이 기하학적 공간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사진가 네이든 하저의 작품이다.
하저는 이렇게 도시의 공간을 찍는다. 고속도로, 공장, 크레인 등 현대 산업사회를 이루는 기반시설을 흑백사진으로 담는다. 대개 예술가들은 비판적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보지만, 하저의 카메라는 그렇지 않다. 현대인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공간에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을 입혔다. 서양 도시의 차갑고 세련된 이미지와 동양 수묵화의 여백의 미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공근혜갤러리 10월10일까지)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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