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베 日총리의 위험한 거짓말

입력 2013-09-11 17:49   수정 2013-09-11 22:03

안재석 특파원 도쿄 yagoo@hankyung.com


지난 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각국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일본 대표단의 차례. 이국적 외모의 젊은 일본 여성이 단상에 올라섰다. 다키가와 크리스텔(36). 일본 민영방송사인 후지TV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키가와의 연설은 단박에 청중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우선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이 돋보였다. 경쟁국가였던 터키와 스페인 대표단은 줄곧 자국 언어만 사용했다. 연설 도중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 대목이었다. 그는 이 말을 사용할 때마다 조용히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몸짓도 취했다. 오모테나시는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따뜻한 마음’ 정도의 뜻이다. 그는 친절한 일본의 택시, 잃어버려도 대부분 주인에게 돌아오는 유실물 등을 ‘오모테나시’의 사례로 나열했다. 일본이 올림픽을 유치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단어 하나에 효과적으로 함축한 것이다. 다음날 대부분 일본 언론들은 다키가와를 올림픽 유치의 ‘일등 공신’으로 치켜세웠다.

다키가와에 이어 일본 대표단의 마지막 연설 주자로 나선 사람은 아베 신조 총리였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원전 오염수의 영향이 원전 항만 내에서 완전하게 차단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아베 발언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싸늘했다. 무슨 근거로 ‘완전 차단’을 자신하느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조차 9, 10일 잇달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항만 바깥 외부 바다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발견된 것은 이미 공표된 사실”이라며 아베 발언을 부인했다.

일본은 올림픽을 따낸 이후 축제 분위기다. 일본 민간연구소들은 관광객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올림픽의 경제효과가 100조엔을 넘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돋우는 중이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건 주변국에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안전’이 빠진 자리에 ‘불신’이 들어선다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친절한 택시 운전사의 ‘오모테나시’만으론 안된다.

안재석 특파원 도쿄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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