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더니…1억3100만원어치 재산 압류

입력 2013-09-13 17:28   수정 2013-09-14 01:58

'37억 체납' 최순영 전 신동아 회장 집 수색현장


지난 12일 오전 서울 양재동 고급 빌라촌. 한산하기 이를 데 없던 이곳에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 15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빌라촌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자택을 수색하기 위해서였다. 최 전 회장의 체납액은 37억원으로 서울시 고액체납자 순위 5위에 올라 있다. 2000년 초에 부과된 지방세를 13년째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여러 차례 납부 독촉장을 보냈지만 최 전 회장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날도 서울시 직원들이 수차례 문을 두드리고 인터폰을 걸어도 인기척이 없었다. 결국 시 직원들은 경찰 입회하에 열쇠 수리공 두 명을 불러 철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갔다. 샹들리에가 화려한 1층 거실에 들어가자 굳게 잠긴 2층 안방 문이 버티고 있었다. 방 안에선 “어려운 사정이 있어요”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였다. 징수팀은 “지금 안 열어주면 강제로 연다”는 경고를 몇 차례 한 후 방문 경첩을 모두 뜯었다.

수색 취지를 설명하는 징수팀 직원들에게 최 전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회사를 모조리 빼앗긴 뒤 돈이 없어서 세금도 추징금도 못 내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징수팀이 방 한쪽 금고를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485만원어치 5만원권 현금 다발이었다. 이어 2100만원이 든 통장, 1500만~1800만원이 적힌 ‘이사장 보수 지급 명세서’, 합계 27억원으로 기재된 ‘예금잔액 현황’ 서류, 명품 시계 등이 줄줄이 나왔다. 이씨의 핸드백에선 1200만원가량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이씨는 “그 돈은 하나님 헌금으로 낼 돈인데 가져가면 벌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징수팀은 이날 지하 1층~지상 2층 총 328.37㎡ 규모의 최 전 회장 자택을 2시간 동안 샅샅이 뒤져 시가 1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현금, 귀금속, 기념주화 등 금품 1억3163만원어치를 압류했다. 다만 최 전 회장 자택 압류에는 실패했다. 자택 소유자가 과거 최 전 회장이 기부해 설립한 K종교재단으로 돼 있어서다. 인근에 최 전 회장의 자식들이 거주하는 저택 두 채도 모두 이 재단 소유로 돼 있어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1976년 신동아그룹 회장에 오른 최 전 회장은 1999년 2억6000만달러를 밀반출하고 계열사에 1조2000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부인 이씨는 김태정 당시 법무부 장관의 아내 연정희 씨에게 고가 옷을 선물했다는 ‘옷 로비’ 사건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추징금 1964억원을 선고받았지만 납부하지 않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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