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 문턱에서 뒷걸음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의존 버리고 고객 아이디어 찾겠다"

입력 2013-09-17 15:32   수정 2013-09-17 22:07

"나의 지나친 자신감이
회사 성장 가로막았다"
고객·직원 의견 적극 상품화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은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국내 가전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스팀청소기는 2001년 출시 이후 700만대, 스팀다리미는 2005년 이후 300만대가 팔렸다. 1999년 설립한 ‘한영베스트’를 자신의 이름을 붙인 ‘한경희생활과학’(2006년)으로 바꿀 만큼 한 사장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아이디어를 계속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 달라졌다.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직원이나 고객의 제품 아이디어를 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회사가 매출 1000억원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퇴보하는 이유가 ‘자신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원·고객 아이디어 채용

한경희생활과학이 지난 7월 내놓은 ‘백솔루션’은 한 중학생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백솔루션은 책상에 앉았을 때 구부정한 자세로 앉는 것을 막아주는 제품이다. 기존 책상 위에 백솔루션 책상을 올려 놓으면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고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는 게 한 사장의 설명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고객이 제품 개발과정에 참여하고 수익도 얻는 ‘크라우드 소싱’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아이디어 제공자에겐 매출의 5~10%를 준다.

이달 말 나오는 ‘히팅쿠커’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다. 갈치조림과 같은 음식은 오래 끓여야 하고 옆에서 불을 조절해야 하는데, 80% 정도 익힌 다음 히팅쿠커에 넣어 두면 천천히 간이 배어 주부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제품이다. 회사는 직원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오후 모든 직원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 ‘싱크타임’을 갖고 있다. 1년에 두 번은 전 직원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팀’들의 경연대회도 연다. 히팅쿠커는 1등을 차지한 프로젝트 팀이 개발한 제품이다. 회사는 1등 팀에 2000만원의 상금을 줬다.

◆‘제2의 스팀청소기’ 발굴 시급

한경희생활과학이 직원과 고객으로부터 아이디어 발굴에 나선 것은 회사가 최근 몇 년간 퇴보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해외법인 실적 제외)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09년 매출 975억원(영업이익 8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매출은 776억원(영업이익 30억원)으로 줄었다. 스팀청소기 시장에서 이 회사는 8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팀청소기를 갖고 있어 시장이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광파오븐과 마그네슘팬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한 사장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제2의 스팀청소기 신화’를 발굴하는 것이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스팀청소기는 한 사장 본인이 느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만든 제품이었다. 교육부 교육행정사무관이었던 그가 퇴근 뒤 집안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어했던 것이 물걸레질이었다.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문득 ‘뜨거운 물이 나오는 대걸레를 쓰면 편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아이디어가 스팀청소기 개발로 이어졌고, 회사 설립 당시 직원 수가 10여명에 불과했으나 홈쇼핑 등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직원 120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써

한 사장은 “나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한경희가 없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고 이를 제품화할 수 있는 한경희생활과학을 만드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인 수출 비중을 더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한 사장은 “중국에선 유사품이 많이 나올 정도로 한경희생활과학 제품이 뛰어난 품질을 갖춘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우량 고객들을 집중 공략해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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