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몸과 마음을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 다 써버릴 작정이다. 그림과 술로 고생하는 나나 그런 나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내 처나 모두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리라. 그래도 좋은데 어떡하나. 평생 자기 몸 돌보다간 아무 일도 못 한다.”
평생을 그림에 몰두했던 ‘동심의 화가’ 장욱진 화백(1917~1990)은 자기 예술에 대한 엄격함을 이렇게 강조했다. 주변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평생을 선비처럼 유유자적하며 살았던 장 화백은 자신의 삶을 통해 궁핍한 시대의 인간상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그가 어려운 시절을 관통하며 미술사에 길이 남긴 작품에 어린아이와 가족, 가축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가 24일부터 내달 12일까지 펼치는 ‘장욱진 화백의 판화전’은 이 같은 그의 예술정신을 한자리에서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장 화백은 1948년께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등과 함께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동년배 화가들이 대형 추상화를 그릴 때 그는 독자적으로 우리 전통을 모더니즘에 접목해 동화적 화풍을 개척했다.
‘동심의 숲을 거닐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충남 천안 근처 자갈길 신작로를 작가의 가족과 개, 황소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1978년작 ‘가로수’(사진)와 나무판에 황소를 그린 1953년작 ‘소’를 비롯해 ‘가족’ ‘까치와 호랑이’ ‘동산’ ‘길에서’ 등 수작 20여점을 판화로 만날 수 있다. 한평생 술을 벗삼아 예술을 즐기며 기인으로 살다간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탐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장 화백의 화풍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심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가족(‘나무 위의 집’), 동그란 나무(‘동산’), 빨간 해(‘나들이’), 나무에서 지저귀는 까치(‘나무와 까치’) 등 향토적 소재와 파격적 구도로 배치된 단순한 그림은 서양화답지 않게 토속적이고 동화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간략한 색과 선으로 형체를 간소하게 드러낸 그림은 자못 선미(仙味)마저 느끼게 한다.
그림과 주도(酒道) 사이를 오가는 자유로운 풍류와 여유, 선비 정신 역시 그의 작품에서 만나는 단골 화제다. 미술 평론가 오광수 씨는 “정자와 원두막에 앉아 있는 남정네들과 나무에 걸려 있는 마을, 나무 아래 어슬렁거리는 개가 나오는 풍경은 단순한 일상의 풍경이 아니다”라며 “인간과 가축과 새가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천진무구한 풍경의 설정은 풍류적 심성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평했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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