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연기' 뒤통수 친 北…'돈줄' 금강산 관광 재개 압박?

입력 2013-09-22 16:59   수정 2013-09-23 02:45

6자회담 재개·남북관계 주도권 잡기위한 포석인 듯


북한이 지난 21일 돌연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북핵 위협 발언 등 남한 정부의 ‘대결구도 조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에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금강산 관광 및 6자 회담 재개를 압박하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이산상봉 연기에 앞서 지난 18일 김 장관의 대북 발언을 문제삼았다. 김 장관은 9일 서울국제군사심포지엄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아·태지역과 세계 평화까지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가 됐으며 종북세력과 연계해 사이버전 등으로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4세대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3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로 어느 때보다 외화에 목마른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남한을 압박하기 위해 상봉을 연기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 때도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연계시켰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핵 문제와 5·24 조치 등을 이유로 금강산 재개 실무회담을 여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산가족 상봉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강산 관광에 집착하는 이유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추진 중은 동해안 개발과도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계기로 6자 회담 재개 및 북ㆍ미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18일 중국에서 열린 열린 ‘6자 회담 당사국들 간 1.5트랙 대화’에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은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며 6자 회담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성의 있는 사전 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북한이 이산 상봉 연기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가동이라는 카드를 얻어낸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관계 구도를 만들어 가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이산상봉 연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연기는 “반인륜적 행위”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이산 상봉을 연기시킨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북한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을 언급한 데 대해 “소위 ‘애국인사를 남한에 두고 지령을 주면서 조정한다는 뜻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 해온 것을 생각해 이번에는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꼭 성사시켜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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