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휘영청 밝은 달을 보고 소원을 빈 사람이 많아서일까. 추석연휴를 끼고있던 지난 주 564회차 로또는 평소보다 판매액이 늘어 1등 총당첨금 135억원이 7명(1인당 19억3000만원)에게 돌아갔다. 1등 총당첨금이 평균 122억원인 것과 비교해 평소보다 더 팔렸다는 얘기다.
이럴 때일수록 주목을 끄는 게 이른바 ‘로또 명당’이다. 전국 6200여개 판매점 중 부산 범일동 카센터는 10년 간 27번, 서울 상계동 편의점은 18번이나 1등 당첨자가 나왔다. 이쯤되면 신이 점지해준 로또 명당이 과연 있다고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로또 명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확률에 대한 착시와 착각이 있을 뿐이다. 이는 몇 가지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차라리 벼락 맞을 확률(180만분의 1)이 로또 1등보다 5배쯤 높다. 그런데 매주 평균 600만명 안팎이 4200여만장의 로또를 산다. 이 중 1등 당첨자는 평균 5.8명이다. 따라서 전국 판매점 1000곳당 한 곳쯤에서 1등이 나오게 마련이다. 회차가 거듭할수록 이론적 확률에 수렴할 것이다.
평범한 판매점이 로또 명당 소리를 듣게 된 과정은 이랬을 것이다. 2002년 12월7일 로또가 도입된 초기에 우연히 1등이 나오자 가게 앞에 대문짝만하게 ‘로또 1등에 당첨된 집’이란 현수막을 내건다. 손님들이 몰리고 몇 달 만에 우연히 다시 1등이 나와 ‘명당’이란 입소문을 타 판매량이 폭증한다. 매주 주변 교통을 마비시키는 상계동 편의점이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쳤다.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가게는 지난해 로또를 168억원어치나 팔았다. 매주 32만장(1000원 기준) 꼴이니 이 가게에서 1등이 나올 확률이 4%쯤은 되는 것이다. 확률이 높지 않으냐고 반문하겠지만, 이 가게에서 내가 산 로또가 1등일 확률은 32만장 중 하나라는 게 문제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확률을 인식하는 데 적절치 못하다. 도박사의 오류, 분모 무시, 자기선택적 오류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이유다. 행동경제학에선 사람들이 엄청난 행운이나 치명적인 피해에 대해선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본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그런 점에서 로또 기대심리나 발병확률이 수백만분의 1인 광우병 염려나 근본은 같은 셈이다.
로또 1등이 한 번이라도 나온 판매점은 1458개에 달한다. 어느 판매점이나 내가 산 로또의 확률은 똑같다. 다만, 로또 명당은 워낙 많이 팔아 1등이 자주 나왔을 뿐이다. 상계동 편의점은 지난해 로또 판매수수료(장당 55원)로만 8억4376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로또로 인생 역전한 사람은 이 가게 주인이 아닐까 싶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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