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비자는 뒷전인 '보험정보 일원화'

입력 2013-09-22 17:28   수정 2013-09-22 22:19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


“이러니 밥그릇 싸움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죠.”

한 보험회사 임원은 최근 보험정보 집적 일원화를 둘러싼 보험개발원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의 모습을 이렇게 꼬집었다. 보험정보 집적 일원화란 보험 가입자의 신상과 보험금 지급 사유, 가입자의 질병 등 보험과 관련한 직·간접적인 모든 정보를 한 기관에서 관리토록 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생·손보협회가 수집 가능한 보험정보 항목을 기존 25개에서 60개로 늘려주기로 했다. 보험개발원은 즉각 “보험정보를 수집, 관리, 제공하는 집적 기관이 흩어져 있으면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보험협회에 집적 가능한 보험정보를 늘려줘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보험협회는 이에 대해 “한 곳에 보험정보가 집중되면 정보 유출 위험이 더 커진다”며 “보험정보 집적 업무를 모두 차지하려는 보험개발원의 억지”라고 반박했다.

보험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의 문제는 몇 년째 논란을 거듭해온 해묵은 과제다. 지금은 보험개발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이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효율적인 보험정보 활용과 보험사기 방지 등을 위해선 공공기관 성격을 지닌 보험개발원이 보험정보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질병 정보와 사망 원인 등 일부 보험정보를 관리해 온 생·손보협회는 “철저한 기관 이기주의”라며 맞서왔다. 금융당국은 당초 보험개발원을 보험정보관리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생·손보협회 반발이 거세지자 사실상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보험정보 집적 일원화를 둘러싼 각 기관의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조직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집적 기관으로 지정됨으로써 몸집을 불리려는 보험개발원과 이를 막으려는 생·손보협회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보험정보 관리와 보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올 들어서만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보험에서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대책 마련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소비자에게는 누가 보험정보를 관리하는지보다 제대로 보험정보가 관리되는지가 중요한데, 소비자 보호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혀를 찼다.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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