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일부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리온그룹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담 회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열어 “오랜 시간동안 고심을 거듭했지만,경영의 안정성과 주주들의 불안 등을 고려해 지원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담 회장은 또 “동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본인 및 부인(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오리온그룹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이같은 내용을 보도자료로 정리해 곧 발표할 예정이다.
○동양, 마지막 카드 ‘불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은 지난 10일께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담철곤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혜경 부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의 두 딸이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동서지간이다.
동양그룹은 담 회장 등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오리온 주식과 동양증권 동양시멘트 동양파워 등 동양그룹 주식을 바탕으로 5000억~1조원의 자사담보부증권(ABS)을 발행,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담 회장 등은 지원을 하더라도 동양그룹의 회생이 이미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라는 것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주)동양 동양시멘트 동양파이낸셜대부에서 발행한 것 중 연말까지 돌아오는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는 약 8000억원에 이른다. 9월만기도래분을 뺀다 해도 6000억원을 넘는다.
ABS 발행물량 중 상당부분은 이를 막는 데 쓰일 예정이었다. 동양매직 매각대금 1100억원을 받아도 내년 2월까지 CP 및 회사채를 막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 사이에 동양그룹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몇 달의 시간을 벌기 위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었다. ABS를 발행하더라도 금융기관 보증을 받지 못하면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칫하면 오리온그룹의 경영권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교보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오리온 대주주가 담보제공 가능한 주식수가 120만9269주(20.26%)에 불과해 향후 경영권 위험과 담보권 상실 가능성이 있다”며 “배임 이슈와 주주 저항 역시 우려된다”고 적었다. 오리온 대주주로서는 득보다 실이 큰 거래였던 셈이다.
○일부 계열사 부도-청산 가능성
동양그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이제 많지 않다. 최선의 카드는 동양파워 지분 등 자산을 헐값에라도 넘겨 자금을 마련해서 CP 부도 등의 사태를 막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핵심 계열사를 넘기고자 하는 의지가 동양그룹 대주주에게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시장의 관심이 많은 동양파워 외에는 특별히 매각할 만한 자산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담보대출 등의 방법도 이미 쓸 만큼 썼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조만간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 CP 발행량이 많았던 계열사가 부도를 낸 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와 CP를 한꺼번에 떨어내기 위해서는 법정관리 외에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실제 비즈니스를 하는 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더라도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두 회사가 동양그룹의 CP 및 회사채 발행 창구였기 때문에 이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금융감독 당국은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CP 중 4900억원어치를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준동/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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