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짜 식사합시다!"

입력 2013-09-23 18:35   수정 2013-09-23 23:46

'식사 한번 하시죠' 인사말 할 때
수첩 꺼내 시간·장소 바로 정해야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



서울에서 방송 녹화를 하고 있었다. 3시간이면 된다던 녹화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3시간만 참여할 수 있다고 미리 얘기해둔 터라 제작진에게 시간 약속을 지켜주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돌아왔다. 곁의 직원도 방송이 더 중요하니 뒤에 있는 약속을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할 수 없이 1시간을 더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안 됐다. 방송국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부산의 모 호텔, 다행히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식사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확인했다. 준비가 다 됐다 싶어 자리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약속시간에 맞춰 두 분의 여성이 도착했다.

부산과 양산의 천호식품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해주는 두 분이 계신다. 정말 음식이 맛있다. 요리 솜씨는 물론이고 집밥처럼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직원의 간식까지 챙겨주는 분들이라 한 번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 분께 ‘언제 한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라고 했던 게 여러 차례. 진심으로 했던 말인데 자꾸 약속을 잊어버렸다. 안 되겠다 싶어 날짜를 박아뒀다. 그 두 분과 회사 건물을 청소해주시는 한 분, 이렇게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서울에서 방송 녹화가 길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 분은 참석하지 못해 두 분만 오셨는데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봉투도 하나씩 전달했다.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두 분의 얼굴을 보니 약속을 지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이분들의 실망감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그분들에게 내가 받은 기쁨과 보람이 이렇게 클 줄이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 속앓이했던 일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으레 지나가는 말로 ‘언제 식사 한번 해요’라고 한다. 이때 허투루 말하지 말고 바로 수첩을 꺼내서 그 ‘언제’를 콕 잡아보기를. 그리고 약속 장소에 15분만 일찍 나와 만나는 사람을 먼저 반겨주길. 다른 사람의 기쁨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작은 행동이 때로는 나에게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지면을 빌려 나도 식사할 날짜를 하나 콕 정해야겠다. “천호식품 직원 여러분, 10월4일 금요일 오후 6시 부산 L호텔로 초대합니다. 다 함께 식사 한 끼 합시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kys@chunh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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