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車 타고 질주…삼성SDI 라인 두개 증설

입력 2013-09-24 17:18   수정 2013-09-25 03:09

캔모양 배터리 24시간 생산…하반기 2944억 추가 투자
BMW·포르쉐·페라리 이어 내년 美 테슬라에도 공급




클린룸을 거쳐 들어간 생산라인에선 손바닥만한 캔형 배터리가 쏟아져 나왔다. 2010년 완공된 삼성SDI 울산 자동차 배터리 공장(울산시 울주군 삼남면)의 1호 라인이다. 24시간 가동되는 이 라인은 한 달에 수십만개(60Ah 기준)의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 이 캔형 배터리 100~120개를 모으면 전기차 한 대가 굴러간다.

그 옆으로는 2, 3호 생산라인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작년부터 1호 라인을 꾸준히 증설해 생산량을 6배나 늘렸지만, 최근 급증한 수요 탓에 2개 라인을 동시에 만드는 것이다. 2, 3호 라인 모두 올 4분기 가동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작년까지는 시범생산 단계여서 판매가 없었다. 그러나 올들어 삼성SDI 배터리를 달고 나온 맨 첫 양산 전기차인 크라이슬러 F500e이 지난 6월 출시돼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11월엔 BMW의 첫 전기차 i3가 전 세계 판매에 들어간다. 미국 테슬라도 내년부터 삼성SDI 배터리를 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페라리, 포르쉐 등의 전기차에도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내년에도 추가로 라인 2개를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는 세계 1위 2차전지 회사지만, 자동차 배터리 투자는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었다. 휴대폰 등 IT(정보기술) 제품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후발주자인 삼성SDI를 찾는 이유는 뭘까. 자동차전지 제조를 총괄하는 정지관 삼성SDI 상무는 “2차전지를 만드는 기술은 이론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지만, 고객사들이 우리를 찾는 이유는 휴대폰 배터리에서 확인됐듯 한 번도 사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도 그렇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배터리가 폭발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삼성SDI의 생산라인에 들어가려면 반도체 공장 수준의 클린룸을 거쳐야 한다. 이민수 자동차전지제조팀 부장은 “조그만 먼지 등 한 개의 불순물이라도 섞이면 제품 안전성 확보에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공정은 자동화돼 투명유리로 둘러쌓인 기계 안에서 이뤄지며, 검사는 컴퓨터가 한다. 10년 넘게 소형 전지를 만들며 쌓은 노하우로 구축한 시스템이다.

공장 안은 활기가 넘쳤다. 2008년 사업을 시작한 뒤 올 1분기까지 투자만 했을 뿐 별다른 실적이 없었지만, 세계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주문이 계속 늘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미국에선 하이브리드 차량이 35만8000대가 팔려 전년 대비 18.4% 증가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 및 순수 전기차는 4만1447대가 판매돼 136%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0’이었던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매출은 올해 1500억원 안팎, 내년엔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특히 내년 2개 라인이 추가로 증설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며 2015년 하반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SDI는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설비투자에 작년 한해분(4500억원)과 엇비슷한 4197억원을 쏟아부었다. 하반기에도 2944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연구개발비도 2010~2011년 각각 2000억원 초반이었지만 올 상반기엔 2250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의 8%가 넘는다.

울산=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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