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내용이 ‘무조건 모든 분들에게 20만원씩 드린다’는 얘기가 아니었어요. 대통령이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지만 저희들이 볼 때는 공약 내용이 (연금)통합이고, 그것을 법에 의해서 단계적으로 한다는 취지였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수정 논란이 일자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서 늘어놓은 해명이다.
황 대표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박 대통령은 작년 12월12일 오후 8시에 방송된 대선후보 3차 TV연설에서 연금수령액 20만원을 직접 언급했다. 노인 복지를 강조하며 “저는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인 국민행복연금으로 통합해서,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 급여의 2배 수준인 월 20만원을 드릴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대선 공약은 연금을 통합하고,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는 황 대표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이 펴낸 397쪽짜리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엔 ‘100세 시대, 어르신들의 건강한 웃음이 더욱 커집니다’ 섹션에서 노인의 빈곤 현실을 진단한 뒤 <새누리의 약속>에서 기초연금 도입을 약속하며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기본방향은 현행 기초노령연금 및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연금과 통합 운영함으로써, 사각지대나 재정불안정성 없이 모든 세대가 행복한 연금제도로 개편”이라고 적혀 있다. 대상 및 내용엔 “기초연금은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의 두 배(A값-올 3월 말 기준 19만3598원-의 10%) 지급”이라고 명문화돼 있다. 당의 공약집이고, 이 공약엔 ‘단계적’이란 말은 없다. ‘도입 즉시’라는 문구만 눈에 띈다.
정계에선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 공약은 수정될 수도 있다. 더욱이 그게 재정 탓이라면 공약 수정이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과 신뢰’를 내세운 정권이 공약을 뒤집으면서 닥쳐올 파장이 두려워 이미 기록된 사실을 외면하면서까지 말을 바꿔서는 곤란하다. 사정 변경에 대한 불가피성을 솔직하게 사과하고 책임지지 않은 채, 어설픈 변명으로 무마하려는 여당 대표의 모습이 많이 아쉽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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