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한류'가 성공하려면

입력 2013-09-24 17:25   수정 2013-09-24 21:47

여전히 개도국 모델에 갇힌 금융업
지구촌 젊음을 사로잡은 K팝처럼
官 아닌 민간 주도 비전을 실천해야

이인실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지난여름 이란의 여러 도시를 돌며 국제학술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K팝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여성들이 히잡을 둘러쓰고, 차도르를 입어 눈만 내놓고 다니는 낯선 거리에서도 K팝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한국인이라고 하면 싸이의 말춤을 추어 보이기까지 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국 금융업의 재도약을 위해 ‘금융한류’를 만드는 비전 수립을 금융위원회에 지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란에서의 기분 좋은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한국 금융업이 이란 국민의 90%가 시청했다는 드라마 ‘대장금’이나 ‘주몽’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금융위가 내달 말에 발표한다는 금융 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정체돼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4일 발표한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6단계 하락하는 데 금융 지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가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금융시장 성숙도가 81위라는 데에는 반박할 말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류인 제조업과 달리 삼류를 못 면하고 있는 금융업이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첫 직장을 선택할 때 10년 후의 내 모습이 어떨지 생각해보고 고르라고 조언해왔다. 과연 10년 후 그들은 금융한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섰다고 말할 수 있을까. 10년을 내다보기보다 10년을 뒤돌아보는 데서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

정확히 10년 전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발표하고 외국계 금융기업을 유치하려고 적극 노력했다. 허무하게도 외국계 금융기업은 되레 한국 시장을 떠나고 말았다. 아직도 증권사는 고질적으로 높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을 못 벗어나고 있고 은행도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 수익다각화의 일환으로 글로벌 진출과 특화전략을 10년 전부터 내세워 왔는데도 말이다.

최근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문제를 보면 왜 그런지 답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계획이 논의될 당시에는 한국 경제가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개발금융의 아이콘인 산업은행은 가고 기업투자금융(CIB) 모델로 민영화하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니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흡수하고, 정책금융 기능과는 관련없는 산은캐피탈 산은자산운용 대우증권 등 계열 자회사들을 매각한 후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그때그때 정치논리로 공적자금을 들이부어 지주회사라는 우산 아래 뭉쳐 놓은 우리금융도 이제는 쪼개 팔기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단다.

돌이켜 보면 큰 그림 없이 매번 근시안적인 꿈만 꾸어 온 결과라는 것이 자명해 보인다. 금융업을 국내 산업을 위해 활용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독립적인 금융서비스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금융은 개도국 모델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세계 경제가 불황의 긴 터널에 들어선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금융한류 비전도 곱씹어 봐야 한다. 금융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금융한류의 확산은 쉽지 않다. 최근 외국계 금융사의 성장을 막기 위해 강력한 예대율 규제를 도입한 중국이나 외국계 법인의 주식 취득한도를 제한하거나 더 강화하려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만만히 볼 수 없다.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고 여겼던 K팝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금융상품을 세계적 금융상품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지금처럼 수익이 반토막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등 어려울 때가 오히려 거듭날 수 있는 적기다. 우리만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투자업계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양호한 실적을 낸 것이 좋은 예다. 과거 십여년간의 실패를 볼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K팝은 관치(官治)가 아니라 순수 민간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경제학 < insill723@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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