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모집인 신용대출 전격 중단 왜? 모집인대출 연체율, 일반대출보다 높아

입력 2013-09-25 17:25   수정 2013-09-26 01:46

수수료 축소 등 비용 절감

저신용자 설땅 더 좁아져
'풍선효과' 가능성 우려




은행권의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용대출 중단은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날로 악화되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신용대출이 창구대출보다 연체율이 서너 배가량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신용자에게 은행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집인을 통한 대출자는 통상 은행을 직접 방문해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들보다 신용이 낮기 때문이다.

○민원 줄이고 리스크 낮춰
은행 창구를 방문한 고객 등을 대상으로 내준 신용대출의 연체율은 1% 안팎이지만 모집인 신용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훨씬 높다. 지난해 2~3% 수준이던 모집인 신용대출 연체율은 은행에 따라 최근 4% 선까지 높아졌다. 은행의 경영 건전성이 더 이상 악화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대출 중단의 배경이다.

이처럼 모집인 신용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것은 최근 저신용자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통대환대출’의 영향이 크다. 대출모집인이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있는 저신용자들에게 접근해 사채업자의 자금 등을 이용해 이를 모두 갚아주고 신용등급을 일시적으로 높인 다음 수수료를 받고 은행에서 대출받도록 알선하는 방식이다.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을 ‘통’으로 해준다는 의미의 말이다. 일종의 눈속임으로 저신용자에게 은행 대출을 받게 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차주들보다 연체율이 높은 것이다.

수익성 급속 악화에 따라 비용 감축이 절실한 은행들로서는 모집인 수수료를 줄일 필요도 있다. 지난해 은행권이 신용대출을 알선한 모집인에게 지급한 수수료는 모두 952억원에 달했다. 신용대출 수수료율은 평균 대출액의 1.54%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우선시되다 보니 직접 대출보다 민원이 많은 모집인 대출을 중단함으로써 민원 발생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모집인이 대출을 알선해주겠다고 해놓고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다. 영업을 위해 실제 대출 조건보다 부풀려 안내하거나 대출에 필요하다며 받은 각종 개인정보를 다른 업체에 팔아넘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풍선효과 우려도

하지만 은행들은 모집인 담보대출은 그대로 유지한다. 아파트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워낙 커 은행 지점이 모든 고객을 직접 상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담보가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도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폭탄 돌리기’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창구가 하나 줄어드는 상황이어서다. 그동안 저신용자가 모집인을 통해서라도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은 모집인 신용대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신 제2금융권의 모집인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장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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