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회…기업이 앞서 뛴다] 삼성, 농산물 직거래장터 열어 농촌 살리기

입력 2013-09-26 06:59   수정 2013-11-04 18:13

167개 마을과 자매결연
판로 열어주고 각종 지원…전통시장 상품권도 구입




“이거 말고 저걸로 사. 그게 더 좋아.”

“비싸잖아요. 깎아주면 사지요.”

“이미 많이 깎은 거야.”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이 16만원짜리 한우선물세트를 고른 육현표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에게 22만원짜리를 사라고 유도했다. 가격표엔 원래 24만5000원짜리를 22만원으로 할인한다고 쓰여 있었다. 육 부사장은 못 이기겠다는 듯 권하는 걸 주문했다. 윤 사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삼성그룹이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 마련한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삼성 계열사 사장 30여명은 이날 오전 9시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친 뒤 일제히 장터로 향했다. 분주히 옷을 갈아입은 뒤 각자 자기 회사와 결연을 맺은 마을의 일일 판매점장으로 나섰다.

곳곳에서 ‘작은’ 실랑이가 일었다. 반도체 사업장 인근의 경기 화성 송산면 포도를 판매하던 전동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장(사장)은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다가오자, 손님인 줄 알고 반갑게 맞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김 사장은 바로 옆 아산 탕정면 부스에서 같은 포도를 팔러왔다. 전 사장은 “경쟁사네”라고 하더니, 김 사장이 파는 포도를 맛보고는 “우리 것이 훨씬 맛있네”라고 소리쳤다.

윤경상 탕정농업협동조합장은 “우리 농가가 직접 팔아야 하는데 사장님들이 다 팔아줘 고맙다”며 “오늘 한 시간 동안 200~300박스는 판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또 경북 영주 복숭아를 팔던 박상진 삼성SDI 사장을 찾아가 20박스를 주문한 뒤 “내 것도 팔아 달라”며 똑같이 20박스를 파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에 박 사장은 “복숭아는 3만5000원이고, 포도는 4만원이니 더 사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전 사장의 부스에서 불우이웃돕기용으로 200박스를 주문했다.

이날 하루 동안 서초 직거래장터에서만 7억~8억원어치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22개 계열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전국 35개 사업장에서 167개 자매마을과 함께 ‘추석맞이 착한 직거래 장터’를 운영했다. 삼성의 농산물 직거래장터 개설은 올해로 3년째다. 이 행사는 2011년 당시 농업진흥청장이었던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가 삼성그룹에 요청해 시작됐다. 민 전무는 “삼성 사람들이 추석 선물을 많이 사기도 하니까 농촌 발전을 돕는 차원에서 제안했다”며 “한 해 전국 사업장에서 수십억원 이상을 판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추석을 앞두고 농촌지역 중소 시장상인을 돕기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300억원어치를 구입해 협력회사 임직원 및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지난해에는 신경영 20주년 등을 기념해 1500억원어치를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1인당 50만원어치를 나눠주기도 했다.

계열사별로 벌이는 농촌 지원활동도 활발하다. 삼성전기에서는 지난 8월 말 노승환 인사팀장(전무) 등 임직원 20여명이 2박3일간 군산, 김제, 정읍, 곡성, 화순, 나주, 완도, 고흥 등 전라도 9개 지역을 돌며 릴레이 자매결연을 맺었다. 자매마을을 확대해 좀 더 많은 농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기존에 화천 토고미마을, 태안 볏가리마을, 남해 다랭이마을 등 5개 마을에 이어 9개 마을과 새로 결연을 맺음으로써 자매마을 수는 총 14개로 늘어났다.

삼성전기와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들은 회사가 전국 사업장에 마련한 직거래장터를 통해 농산물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삼성전기 측은 자매마을의 농산물 구입 및 판로 개척은 물론 농어촌 관광 프로그램 발굴 등 각종 지원활동과 경로잔치, 일손돕기 등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기와의 이 같은 결연을 통해 화천 토고미마을은 유명한 농촌마을로 떠오르기도 했다. 토고미마을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삼성의 날’로 정하고 임직원들을 초청해 축제를 열고 있다.

완도 참살이마을에서 수십년간 김을 생산해온 윤기재 씨는 “가업을 이을 젊은이도 없고 판매도 점점 줄어들어 앞이 막막한 상황이었다”며 “삼성전기 덕분에 새로운 판로를 뚫을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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