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이 30일 채무상환 1차 고비를 맞는다. 동양매직 매각이 성사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동양그룹이 30일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규모가 총 1100억원 규모인데, 아직 600억원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가 돌아오는 (주)동양 회사채 905억원과 다른 계열사 CP 195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밖에 마련하지 못 한 셈이다. 당초 (주)동양은 지난 26, 27일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30일 만기 회사채를 갚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스크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발행을 철회했다.
동양은 2500억원 규모의 동양매직 매각 자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양은 매각 대금 2500억원 가운데 700억원은 부채를 상환하고 600억원은 동양매직에 재출자(지분 30% 확보)해 1200억원이 순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TB PE 컨소시엄의 동양매직 인수(기업결합)를 승인했다. 따라서 KTB PE가 금감원의 펀드 설립 허가만 받으면 동양매직 인수를 완료할 수 있다. 하지만 KTB PE는 지난 27일까지 설립 신청을 하지 않았다. 컨소시엄 내부에 동양매직 인수에 일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30일에도 설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동양은 동양매직 매각 대금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동양 관계자는 “KTB PE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수를 결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다른 자금 확보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시간에 쫓기는 동양의 약점을 이용해 인수합병(M&A) 협상 과정에서 인수 후보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은 상환 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일부 계열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동양파워 동양증권 등 우량 기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문제는 30일을 넘겨 한숨을 돌린다고 해도 아직 연말까지 1조원가량을 추가 상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10월에만 4800억원 정도를 갚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동양매직을 시작으로 동양파워 등 큰 매물이 팔려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자체 자금을 확보하면 계열사 매각 외에 다른 자금 조달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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