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얼마나 벌 수 있길래 북한이 '차기 투자 유망처'인가?

입력 2013-09-29 17:30   수정 2013-09-30 10:25

북한 채권값 남북 관계에 좌우 체제 붕괴 가능성에 베팅 늘어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세계적인 상품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 퀀텀펀드 회장이 차기 투자 유망처로 미얀마, 앙골라와 함께 북한을 지목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 ‘로저스의 궤변’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북한 투자에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가’보다 ‘그 숨은 의도가 무엇인가’에 투자자의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매우 드문 일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북한 관련 자산이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첫 번째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다. 당시 북한은 심각한 식량 위기에 몰리면서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이 때문에 체제 붕괴에 대한 기대로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달러(액면가)당 10센트를 밑돌았던 북한 채권 가격이 60센트까지 치솟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당시에도 북한 채권 가격이 액면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실제 거래도 많았다. 이때는 남북한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북한 채권과 같은 특수채를 거래하는 영국의 금융중개회사인 이그조틱스에 북한 채권을 사두려는 문의가 많았다.

로저스 회장이 차세대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직후에는 상품 미개발국이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종전 북한 채권이 관심을 끌었던 때를 감안한다면 김정은 체제가 외화를 비롯한 경제 사정이 어렵고, 조만간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 외화가득액은 1년에 50억달러는 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보는 정설이다. 북한의 역사는 체제 유지를 위한 외화 조달의 험난한 시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냉전 시대 종식 이후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방에 대해 ‘디폴트(default국가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1970년대 중반 이전에는 북한이 자체 신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외화를 조달했다. 이후 거래되는 북한 채권은 1970년대 중반 이전에 발행했거나, 상환불능 처리된 북한 채무를 바탕으로 BNP파리바 등이 발행한 세컨더리(secondary) 채권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북한의 외화 조달은 옛 소련 등 동맹국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이른바 냉전 시대에 옛 소련은 공산주의 체제 결속을 위해 북한에 외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이 시기에 시베리아 지역 등에 북한의 벌목공 파견 등이 왕성하게 이뤄졌다.

냉전 시대가 종언한 이후 북한의 외화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궁여지책 속에 고안해낸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길이다. 이들 기구에 가입하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느냐와 상관없이 인류 공영 차원에서 지원되는 ‘저개발국의 성장 촉진을 위한 외화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국제금융기구에 최대 의결권을 갖고 있는 미국은 같은 사안에 대해 국제법과 국내법 간에 충돌이 있을 때 국내법을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미국의 국내법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반(反)하는 국가들을 ‘테러 적성국’으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놓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북한의 외화 조달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는 외화가득원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슈퍼 노트(100달러 위조 지폐)’ 발행, 마약 밀거래 등은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아졌다. 심지어는 ‘베이징 컨센서스’의 일환으로 해외 자원 확보를 통해 세(稅)를 확장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맞물려 북한은 부존자원을 매각해 외화를 조달해왔다.

전통적인 게임이론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참가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최대 이익이 되는 경우의 수를 선택하면 최악의 게임 결과를 낳는 것이 이 법칙의 골자다.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보다 ‘제로섬의 내시 게임’ 관점에서 그 어느 국가보다 국제협상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오는 북한도 이 점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북한은 외화 조달에서 궁지에 몰리면서 한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마치 시소게임을 벌이듯 외줄타기 전략을 추진해왔다. 초기에는 성과가 있는 듯했지만 갈수록 외국투자와 각종 국제사회 지원 등이 중단돼 경제 고립화 현상이 심해졌다. 북한 채권 거래도 완전히 실종됐고, 가격도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한 10센트 수준까지 다시 떨어졌었다.

결국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국에 유연한 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작년 말부터 제기돼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 관계는 한국이 주도해오고 있다. 로저스가 차기 투자 유망처로 북한을 지목한 것도 김정은 체제 붕괴, 남북 관계 급진전 등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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