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기초연금' 난타전…첫날부터 파열음

입력 2013-09-30 16:59   수정 2013-10-01 02:06

정기국회, 한달 허송세월 끝에 가동됐지만

복지위'공약파기'공방
與 "재정따라 수정 불가피"
野 "공약 당시부터 문제 …"
복지차관 참석 놓고 신경전도



정기국회가 30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지만 첫날부터 여야가 기초연금 대선 공약 수정 논란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 파문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기국회의 난항을 예고한 것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진 전 장관에 대해 “서로 뜻이 달라 더는 직무를 수행할 열정을 상실했거나 성실한 직무수행에 자신이 없으면 사퇴하는 게 옳겠으나 중도에 자리를 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모범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진 전 장관이 차마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도대체 박 대통령에게는 양심도 없습니까’ 이렇게 항변하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은 복지부 장관에게 양심을 팔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복지부 현안보고에서도 기초연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현안 보고는 이미 사의를 밝힌 진 전 장관의 불참으로 이영찬 차관이 대신했다.

회의에 앞서 이 차관의 대참을 놓고서도 여야 간 다툼이 벌어졌다. 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장관이 나오지 않은 만큼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용복지수석이 (복지위에) 출석해 내용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청와대 수석을 참석시키라는 것은 야당이 이 문제를 정쟁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거부했다.

최근 확정 발표된 기초연금 정부안에 대해 여당은 재정 여건에 따라 불가피하게 공약을 수정한 것이라며 정부를 옹호한 반면 야당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애초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게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조3000억원이나 늘었다”며 “이처럼 어려운 재정 여건하에서도 복지부는 대부분의 현재 노인 세대에 20만원을 지급하도록 기초연금 안을 설계하는 등 공약 이행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하다하다 안 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대로 할 생각이 없었다는 정황이 보인다”며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대선 당시 이 같은 재원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지만 (박 대통령은) 공약을 지킬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반박했다.

2007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현행 기초노령연금의 성격에 대해서도 양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여당은 현행법에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는 부칙이 달려 있는 만큼 기초연금 지급액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연계한 현 정부안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당시 기초노령연금이 신설된 것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단계적으로 40%까지 줄어드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므로 따로 보는 게 옳다는 시각이다.

한편 이 차관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진 전 장관의 소신을 ‘사견’이라고 해명하자 야당 의원들은 “도의에 어긋난다”며 질책하기도 했다. 최동익 민주당 의원은 “복지부 차관과 이하 공무원들이 모두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야 한다고 하는데 장관 혼자 안된 다고 주장한 것인가”라며 “어떻게 자신이 모시던 분에 대해 이렇게 폄하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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