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하트 한 번, 공감 한 번!

입력 2013-10-02 02:58   수정 2013-10-02 03:11

<p>지난주 레알겜톡 '게이머 남친이 좋은 이유'가 예상치 못하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기사로 가장 신기하고 놀란 사람은 기자 본인이었다. 어떤 점 때문에 반응이 좋았을까 고민을 해본 결과,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었다. 하나는 여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변명거리(?)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고, 하나는 게이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p> <p>현대사회에서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 시인 정현종은 '섬'라는 두 줄짜리 시에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썼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기자는 이를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이해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관계는 연결된 육지가 아니라 뚝뚝 떨어져있는 섬과 같다.</p> <p>그래서인지 공감을 하는 방법은 점점 간단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꾹꾹 눌러주는 1초면 충분하다. 전에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서정적이면서도 어렵게 사랑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하상욱 시인의 '이쁜 여자가 좋아. 그래서 니가 좋아'라는 '보고있나 여친'이란 제목의 시처럼 심플하게 표현할 수 있다. 공감의 속도가 LTE급으로 빨라진 것이다.
▲ 하상욱 시인 페이스북 캡처
이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야흐로 9년 전, 사촌 오빠가 수학 과외를 해준 적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약속 시간에 맞춰오는 일이 없었다. 하루는 화가 나서 도대체 뭘 하느라 안 오냐고 물었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나 지금 레이드(대규모 사냥) 뛰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말에 더욱더 분노한 나는 '그까짓 게임 중간에 끄고 오면 되잖아!!'라며 소리친 기억이 있다.</p> <p>그로부터 정확히 4년 후,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 기자는 당시 사촌오빠가 레이드를 중간에 포기하고 과외를 하러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번뇌를 했었는지 절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당시 저장하고 끄는 게임이 전부인 줄 알았던 기자는 MMORPG의 특수성을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와 겨우 5살 차이 나는 사촌 오빠와 게임으로 공감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물며 50년 차이가 나는 세대와 공감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네이버 웹툰 작가 '가스파드'의 '선천적 얼간이들' 63회 중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꿈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기자와 같이 사는 85세 할아버지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인선아, 지금 인터넷 되니? 나 카톡이 안된다'라며 방문을 여는 시대다. 명절날 가족들이 모이면 '에미야, 물 좀 다오'가 아니라 '에미야, 하트 좀 다오'라는 말이 오가며 게임을 통한 공감이 쉬워졌다.</p> <p>스마트폰 게임의 친구 목록은 단순히 '친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 목록에만 있다면 나의 친구의 동생의 선생님의 강아지의 수의사의 딸이라 하더라도 같은 게임 하나로 공감이 가능한 것이다.</p> <p>특히 게임으로 하는 공감은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지금의 정서와 딱 맞는다. 하트 보내기 한번이면 공감 완료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에 가기 위해 힘들게 바다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모터보트 한번 타고 쌩 다녀오면 끝이다.</p> <p>그런 의미에서 이번 레알겜톡은 공감할 수 있는 짧은 시로 마무리하고자 한다.</p> <p style='text-align: center'>우연히
만난 너</p> <p style='text-align: center'>또
보고싶다</p> <p style='text-align: center'>-황인선 단편시 '레알겜톡' 중</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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