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뛰기 증시 속 한국형헤지펀드는 '뜀뛰기'

입력 2013-10-02 16:57   수정 2013-10-02 23:09

브레인백두·삼성H클럽 등 올 11%대 수익 올리며 약진
기관 자금 몰이로 호황…1000억 넘는 펀드 5개로



1조7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헤지펀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 약진하고 있다. 시장(코스피지수)은 지난 9개월 동안 고전한 끝에 겨우 원점으로 돌아온 데 비해 시황에 상관없이 안정적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은 이미 두 자릿수에 도달했다. 이 같은 성과로 기관과 개인의 자금이 7000억원 가까이 몰리면서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인 펀드가 5개로 늘었다.

○0% vs 3.37%

올 들어 지난달까지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대략 0%다. 올해 코스피지수에 투자했다면 투자 비용만 냈을 뿐 헛고생을 한 셈이다.

이 와중에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9월30일, 18개 펀드 기준)은 3.37%로 집계됐다. 13개 펀드가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 가운데 설정액 2073억원의 ‘브레인백두’가 올 들어 낸 수익률은 11.64%에 달했다. 지난해 9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24.69%로 국내 주식을 롱쇼트 전략(저평가 주식을 사고 고평가 주식을 파는 매매전략)으로 운용하는 헤지펀드 중 가장 성과가 좋다. 뒤를 이어 ‘삼성H클럽멀티스트레티지’가 연초 이후 11.18%, ‘삼성H클럽 오퍼튜니티’도 10.01%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상승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헤지펀드의 성과가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로 코스피지수가 3.66% 뛰어올랐으나 26개 펀드 중 시장을 앞선 수익을 낸 것은 ‘트러스톤 탑건 코리아롱숏’(3.79%)뿐이다. 9개 펀드는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이었다. 지난달 ‘브레인백두’도 -0.07%였다.

김태준 브레인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 상무는 “철저히 기업 이익에 근거해 꾸준히 수익을 높이는 전략으로 운용하는데, 단기간 투자심리가 주도한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못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관 자금몰이로 1000억원대 펀드만 5개

주춤거리는 시장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헤지펀드가 롱쇼트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을 내자 일부 운용사는 기관들의 자금이 몰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스피 2000 지수대에서 환매가 쏟아지는 공모펀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3월 설정된 ‘브레인태백’(2759억원)을 비롯해 ‘트러스톤탑건코리아롱숏’(1923억원), ‘삼성H클럽에쿼티헤지2호’(457억원) 등의 올해 설정액은 6800억원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설정액 1000억원이 넘는 대형펀드는 5개로 증가했다. 지난 1일 운용을 시작한 ‘대신에버그린롱숏’도 설정 이전부터 기관 자금 1000억원을 모았다. 앞서 지난 7월 1000억원으로 시작했던 ‘트러스톤 탑건 코리아롱숏’ 역시 단숨에 설정액이 1923억원까지 늘었다.

기관 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으나 트러스톤은 당초 방침대로 2000억원까지만 받을 계획이다. 김현섭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그룹 롱숏전략운용본부장은 “국내 증시의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 아래 연 7~10%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기관들의 투자 수요가 몰린 덕분”이라며 “국내에서 롱쇼트 전략으로 효율적 운용이 가능한 펀드 규모는 2000억~3000억원이 적정선”이라고 덧붙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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