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이럴 거면 왜 세금 더 빼앗나"

입력 2013-10-03 18:32   수정 2013-10-04 03:51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미국의 연방정부 기능이 중단(셧다운)되는 사태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발단은 미국 내 건강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오바마케어’의 시행 시점에서 비롯했지만, 그 배경에는 ‘예산 낭비 포퓰리즘’ 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대로 10월1일 시작된 새 회계연도부터 ‘오바마케어’를 시작할 경우 전체 예산의 20%를 추가비용으로 집행해야 한다. 연방하원 다수당인 야당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1년 늦출 것을 요구했지만, 상원을 지배하고 있는 집권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나라살림이 마비되는 지경을 맞았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누적된 재정적자로 인해 16조달러(약 1경7000조원)가 넘는 국가부채를 떠안고 있다. 상황이 그런 만큼, 나랏빚을 더 가파르게 늘릴 새 건보제도는 재정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게 공화당 주장의 골자다.

포퓰리즘 논란, '오바마케어'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를 명분으로 내건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 확대와 증세(增稅) 드라이브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게재한 서먼 존 로저스 사이프러스반도체 최고경영자(CEO)의 기고문은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오바마의 ‘혈세 낭비’에 대한 미국 기업인들의 좌절과 분노를 대변한다.

“사이프러스반도체는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실리콘밸리의 칩 제조공장에 7억9700만달러를 투자해 4033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데 1만8000~19만8000달러가 들었다. 반면 미국 의회예산처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가 창출한 일자리는 하나당 50만~40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질투의 정치’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유층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입하고 있다.”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정부의 ‘재정 낭비’가 납세자들을 화나게 하기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복지예산(105조9000억원)을 사상 처음 100조원 넘게 편성했다. 전체 예산(357조7000억원)의 30%에 이르는 규모다. 고용분야 예산(11조8042억원)도 복지부문과 함께 가장 큰 폭으로 늘렸다.

곳곳 구멍 뚫린 '박근혜표 예산'

‘대선 공약 이행’에 쫓긴 나머지 공정성·형평성을 상실한 ‘퍼주기 항목’이 적지 않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돼 실효성이 의심스러워진 ‘임금피크제’ 지원한도를 40% 늘리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가구 소득과 관계없이 셋째 자녀부터는 연간 450만원 한도 내에서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전액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키로 한 조치도 마찬가지다.

부실 대학이 난립하면서 대학 진학률이 과도하게 상승, ‘대졸 백수’를 양산하고 있는 나라에서 고소득층 자녀에게까지 혈세로 대학 등록금을 대주는 건 ‘난센스’라는 지적이 많다. 박 대통령이 교육정책의 큰 방향을 ‘학력중심에서 능력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실업계 마이스터고등학교 육성을 강조한 것과도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국민이 국가에 세금징수 권한을 주고 ‘납세 의무’를 받아들인 것은 정부가 공정하고, 공평하며, 합리적으로 나라살림을 운영한다는 대원칙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세금 납부’가 아니라 ‘나라에 돈을 뜯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조세저항심리’를 스스로 조장한다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이학영 편집국 국장대우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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