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본시장 '비상구'가 없다] 연속 잽에 '그로기'…대형사도 순익 반토막

입력 2013-10-06 17:08   수정 2013-10-06 23:36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증권업계가 한 방 세게 맞고 다운됐다가 다시 일어섰다면, 지금은 연속 잽을 맞으면서 그로기 상태에 들어간 겁니다.”(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센터장)

증권사들의 실적 주름살이 좀처럼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발생한 채권평가손실 때문에 곤두박질쳤던 지난 1분기(4~6월)에 이어 2분기(7~9월) 실적도 호전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다수의 2분기 실적이 채권 손실이 반영됐던 1분기보다는 좋아졌겠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줄었을 것”이라며 “거래대금 증가나 자산관리 부문에서의 히트상품 같은 호재가 없었던 게 물꼬를 트는 데 실패한 요인”이라고 추정했다.

증권업계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8년보다도 좋지 않은 실적을 기록 중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당시 삼성증권 K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3개 증권사의 2008년 매출은 2조3414억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870억원, 5827억원이었다.

4년이 지난 2012년 이들 3개사의 매출은 2조3495억원. 외형만 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문제는 이익이다. 3개사 합산 영업이익이 4801억원, 순이익이 3891억원에 불과했다. 2008년에 비해 30~40% 급감한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 증권사 62곳 가운데 21곳이 적자를 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위기 이후 거래대금이 꾸준히 줄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부진하면서 증권사들의 주요 수입원이 위축됐다”며 “인수합병(M&A)에서도 큰 딜은 외국계가 유치하는 데다 자산관리 쪽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아니어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처럼 거래대금 감소를 겪었던 미국 증권업계는 기업금융으로 활로를 뚫었지만 한국에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종우 센터장은 “증권사 숫자가 늘었지만 M&A 등 구조조정이 활발하지 않으면서 경쟁이 심해진 게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개인 및 법인 대상 수수료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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