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사장 조환익·사진)은 지난 5월28일부터 9월27일까지 총 123일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예년보다 장마가 길었지만(49일) 8월 중순부터 매년 한두 차례 발생하던 태풍도 없는 등 무더위가 연일 계속됐기 때문이다. 기업 대상 수요관리 등 비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예비전력이 바닥을 드러내 최악의 전력난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한전 관계자는 “국민과 정부 공공기관이 앞장서 전력 수요관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올여름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전은 매년 여름과 겨울 전력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 전국적인 순환단전 사태 이후 되풀이되는 전력난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특히 휴가기간 직후인 8월 둘째, 셋째주가 최대 고비다. 이에 따라 전력당국은 올해도 지난 8월5일부터 ‘에너지 사용 제한(절전규제)’과 ‘지정 기간 수요조정’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비상시에나 하던 ‘주간예고 수요조정’까지 같은 달 9일 시행했다.
8월 셋째주에는 더 큰 고비가 찾아왔다. 모든 조치를 다 해도 전력량 안정 기준인 400만㎾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부도 바빠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을 포함한 유관기관과 전력수급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절전을 호소했다.
한전 역시 전력수급대책회의가 끝나고 전국 본부장 화상회의를 열었다. 8월12일부터 14일까지 한전의 전 직원은 업무를 중단하고 ‘현장 절전활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하루 평균 6600여명의 직원이 현장에 투입됐다. 직원들은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절전을 독려했다.
직원들은 또 지인에게 약 75만건의 전화 및 문자를 보내 절전을 독려하는 ‘절전 파도타기’를 시행했다. 한전 관계자는 “하루 평균 약 649만㎾의 전력량을 감축하는 등 절전운동으로 위기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전이 관심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다. 한전은 1993년 공기업 최초로 중소기업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지난해 동반성장팀으로 이름이 바뀐 이 부서는 정원도 기존 14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한전의 협력업체 가운데 93%가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한전이 구입한 제품 가운데 약 70%는 중소기업이 납품했다.
한전은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미얀마 등 9개국에서 한전이 개최한 해외 마케팅 전시회에서는 142개 협력 중소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3641만달러의 수출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러시아 등 4개국에서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고 하노버 산업박람회 참여 등을 통해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한 5502만달러의 수출성과를 올렸다.
한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곧 한전의 기술력이자 경쟁력”이라며 “세계적인 전력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협력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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