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10월9일.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의 아웅산(버마 독립운동가) 묘소 참배행사를 준비하던 수행원 20여명은 대통령이 행사 예정시간(오전 10시)보다 30분 늦게 도착한다는 무전 연락을 받고 애국가 등을 예행연습 중이었다. 잠복 중이던 북한 공작원은 이 음악 소리가 행사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판단, 설치해 놨던 폭탄을 터뜨렸다. 3개 폭탄 중 1개만 터졌지만 당시 장·차관급 공식 수행원 18명 중 17명이 사망했다. 유일한 생존자는 이기백 전 국방부 장관(82·사진)뿐이었다.
이 전 장관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며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북한에 항상 대비할 수 있는 대비태세와 안보의식을 국민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이 전 장관은 아웅산 테러로 30여개의 클레이모어폭탄(구슬폭탄) 파편이 머리 등 온몸에 박히고 대들보 등 구조물에 하체가 깔리면서 오른쪽 발목이 부러지고 왼쪽 다리 살점이 떨어져 나가 뼈가 보이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섬광 뒤 천지가 울리는 소리에 의식을 잃고 몇 분 뒤 정신을 차려 보니 두 다리가 용광로에 있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며 “당시 부관이었던 전인범 중위(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한국군 수석대표·소장)가 2차 폭발 위험에도 목숨을 걸고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 전 장관은 매년 10월9일이 되면 서울현충원을 찾아 아웅산 테러 희생자들을 참배한다. 미얀마 현지 추모비 건립을 추진 중인 ‘아웅산 순국 사절 추모비 건립위원회’의 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이석기 통일진보당 의원 사건이나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안보의식이 약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웅산 테러 같은 북한 만행 자료를 모아 후손들이 잊지 않도록 정부가 교육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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