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장려금 위법' 대형 유통업체 휘청?…전문가 "빠져나갈 구멍 많아"

입력 2013-10-10 16:21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대규모 유통업체를 겨냥해 다시한번 날카로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에 납품업체로부터 받아온 판매장려금(1조4690억원, 2012년말 기준)을 80% 이상 받지 못하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유통전문가들은 "판매장려금은 그간 납품업체의 원가관리에 따라 이루어진 경향이 짙고 새로운 원가 접근 방식이나 다른 종류의 장려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이익을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정위도 납품(매입)가격 인하와 소비자가격 인상 가능성 등을 미리 점쳐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라서 향후 업계의 위법 행위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 상당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에서 판매장려금의 부당성 심사에 관한 지침'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관행적으로 부당하게 받아온 일반 판매장려금을 위법으로 정했다. 대신 판매성과나 신상품 입점·진열과 관련된 장려금은 인정해줬다.

공정위는 이번 제도 정비로 유통사와 납품업체 간 거래구조가 납품단가 중심으로 투명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납품업체들의 판매장려금 부담이 매년 1조2000억원 이상 경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판매장려금 중 정비대상 기본장려금의 비중이 약 80%(1조1793억원)에 달해서다.

반면 직접 영향권에 놓이게 될 2014년 이후로 대형마트의 영업실적은 확 쪼그라들 것이란 분석도 잇따랐다. 기존 판매장려금이 매입과 동시에 받아온 '확정적 이익'의 성격이 컸기 때문이다. 이젠 판매 추이에 따라 이익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의 판매장려금은 전체 1조4690억원 중 1조25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이며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3~64%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맏형'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기준 판매장려금 규모는 약 4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번 '규제의 덫'은 그래도 지난해 영업일수 제한 이슈 등과 비교해 대응책 마련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여영상, 박준식 유통담당 연구원은 "판매장려금의 대부분인 기본장려금은 사실상 대규모 매입에 따른 가격할인 대신 수수해오던 것"이라며 "줄어든 판매장려금 만큼 매입 단가 인하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정위가 내놓은 지침 자료에는 '현저한 납품(매입) 단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며 "여기서 '현저한'이란 표현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매입 단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증권 이상구 연구원도 "유통사는 새로운 원가 접근 방식을 고민해 수익을 보전받거나 공정위에서 인정한 나머지 장려금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일부 중소업체는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손익 보전이 상당부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온 납품업체 가운데 75% 가량이 대기업이란 사실에 집중, 이번 규제가 대형마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본 분석도 나왔다.

미래에셋증권 박유미, 최승환 연구원은 "장려금을 지급하는 기업(납품업체) 중 75%는 대기업이고 이들의 지배적 시장 지위를 감안하면 이번 규제로 인해 장려금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나머지 25%의 납품업체(중소기업)가 지급해온 판매장려금도 일부만 규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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