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직원에 대한 징계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여자 화장실 ‘몰카’를 찍다 입건된 직원에 대한 징계 내용을 묻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돌아온 국회 사무처 직원의 답변이다.
지난 5월30일 한 남성이 서울의 한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여성을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피해 여성에 따르면 이 남자는 휴대전화로 화장실 위쪽 틈으로 30초가량 동영상을 녹화하다가 들켰다.
범인은 입법고시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 공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넉 달이 지나 국회의 인사 처리 결과가 궁금해 국회 법사위 웹페이지를 찾아봤다. 직원의 이름은 이미 지워져 있었다. 정확한 징계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 곳곳에 전화를 돌렸다. 그때마다 “담당이 아니다” “잘 모르겠다”며 수차례 전화가 돌려졌다. 처음 전화를 한 지 3일 만에 간신히 담당자와 통화했더니 ‘개인정보 보호’란 답변만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의원실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이 직원은 여전히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사무처로 보직이 변경된 뒤 휴직에 들어갔을 뿐이다. 그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몇 차례 열렸고, 위원회 결정은 무엇이었고, 직원 해명은 어땠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국회를 취재하면서 이 같은 국회의 일처리를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다. 불리한 일엔 툭하면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회 특별위원회의 활동비 내역을 알려달라는 본지의 질의에 “정보공개를 신청하라”고 하던 국회는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몇 주 뒤 “국가안보·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판단돼 비공개한다”고 통보했다. 국회 도서관의 책을 빼돌려 인터넷에 팔다 적발된 직원에 대한 해임 사실도 “개인정보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수차례 듣고서야 어렵사리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공무원인 행정부에선 이런 일이 드물다. 직원의 비리 사실이 공론화되면 처리 결과를 숨기지 않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먼저 알리기도 한다.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받는 공인이란 그런 것이다. ‘슈퍼갑’ 국회의 위세를 직원들까지 업고 지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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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0일 한 남성이 서울의 한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여성을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피해 여성에 따르면 이 남자는 휴대전화로 화장실 위쪽 틈으로 30초가량 동영상을 녹화하다가 들켰다.
범인은 입법고시 출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 공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넉 달이 지나 국회의 인사 처리 결과가 궁금해 국회 법사위 웹페이지를 찾아봤다. 직원의 이름은 이미 지워져 있었다. 정확한 징계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국회 곳곳에 전화를 돌렸다. 그때마다 “담당이 아니다” “잘 모르겠다”며 수차례 전화가 돌려졌다. 처음 전화를 한 지 3일 만에 간신히 담당자와 통화했더니 ‘개인정보 보호’란 답변만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의원실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 이 직원은 여전히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사무처로 보직이 변경된 뒤 휴직에 들어갔을 뿐이다. 그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몇 차례 열렸고, 위원회 결정은 무엇이었고, 직원 해명은 어땠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국회를 취재하면서 이 같은 국회의 일처리를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다. 불리한 일엔 툭하면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회 특별위원회의 활동비 내역을 알려달라는 본지의 질의에 “정보공개를 신청하라”고 하던 국회는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몇 주 뒤 “국가안보·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판단돼 비공개한다”고 통보했다. 국회 도서관의 책을 빼돌려 인터넷에 팔다 적발된 직원에 대한 해임 사실도 “개인정보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수차례 듣고서야 어렵사리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공무원인 행정부에선 이런 일이 드물다. 직원의 비리 사실이 공론화되면 처리 결과를 숨기지 않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먼저 알리기도 한다.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받는 공인이란 그런 것이다. ‘슈퍼갑’ 국회의 위세를 직원들까지 업고 지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