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 속 치열한 삶의 가치에 대한 화두 던져
“나는 어디에서 왔고 여기에는 왜 존재하고 있는 걸까?”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법한 이 질문에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상상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출간한 ‘파라한(저자 전명, 출판사 좋은땅)’은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실상은 수용소였다는 사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명 작가는 무한한 우주공간 안에 지구가 존재하지만 지구를 품은 우주가 가진 무한함이라는 성질 자체가 결국 인간을 고립시키는 굴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모두 죄를 짓고 수용소인 지구에 오게 됐다고 전제한다.
전명 작가는 왜 지구를 수용소라고 이야기한 것일까?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은 자본주의, 무한경쟁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평생 노동에 시달리며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의 삶이 바로 수용생활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파라한 속에는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진보된 세계인 행성 ‘훈’이 등장한다. 현재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구라는 수용소보다 발전한 이곳은 인간이 지향하는 미래지향적인 세상을 의미한다.
지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후 행성 ‘훈’에서 깨어난 주인공 ‘승훈’은 직업인과 일반인으로 나뉜 ‘훈’만의 사회체계와 노동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색다른 문명 안에 살게 되지만 결국 그 안에도 전쟁과 반란, 폭력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정의와 권력, 본질, 사랑, 정 등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둘러싼 갈등과 고뇌도 변함없이 경험하며 결국 ‘훈’ 역시 수용소였음을 다른 주인공을 통해 깨닫게 된다.
전명 작가는 소설 속에서 ‘섬 안의 수용소’, ‘일상’, ‘세상 밖으로’, ‘회귀’라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러한 다른 시간과 공간은 승훈의 에피소드 외에도 각기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를 거친 후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이송 되는 '길', 교통사고로 훈에서 수용소인 지구로 입소했을 때의 기억을 찾는 '성민' 등이 그 주인공이다.
네 개의 이야기들은 각자 별개의 것인 듯하지만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인공들은 각 시간과 공간이 가진 한계와 수명 제한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안에서 전명 작가만의 상상력이 발휘된 반전이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다.
주인공을 통해 전명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혹은 우리가 미래에 만날 이상향이 수용소 안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더욱 힘겨운 삶을 살아가도록 할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파라한 / 전명 저 / 좋은땅 / 2013.9.17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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