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러스;오이디푸스', 현대 음악극으로 되살린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입력 2013-10-14 21:50   수정 2013-10-15 09:06

리뷰 -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타임머신을 타고 2500여년을 거슬러 그리스 아테네의 시민이 됐다. 당대 최고 비극 시인인 소포클레스의 신작을 곧 관람할 참이다. 상연작은 아테네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비극으로 재구성한 ‘오이디푸스 왕’이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음악극 ‘더 코러스;오이디푸스’(서재형 연출, 한아름 대본, 최우정 작곡)는 이런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서면 1000석의 객석을 지나 검은 막이 쳐진 무대로 안내된다. 지름 8m의 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300여개 간이의자가 ‘ㄱ’자로 객석을 구성하고, 한쪽에는 코러스(합창단)석과 피아노 세 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고대 그리스 사제 복장 같은 흰옷을 입은 배우들(코러스) 15명이 입장한다. 극이 시작돼도 객석이 어두워지지 않는다. 조명 없이 야외 반원형 무대에서 진행된 2500년 전 극장 환경이 이렇지 않았을까.

극은 코러스로 시작해 코러스로 끝난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코러스의 기능과 역할을 극대화했다. 오이디푸스를 비롯해 왕비 이오카스테, 예언자 테레시아스 등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코러스의 일원이다. 자신의 역할을 마친 후 코러스에 합류한다.

코러스는 춤과 노래, 몸짓, 대사, 연주 등 공연의 모든 것을 해낸다. 테레시아스의 까마귀 떼로 변신해 오이디푸스와 대결을 벌이고,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를 때는 코러스 모두가 같은 동작을 취하며 고통을 함께한다.

코러스는 90여분간 강렬하고 인상적인 시청각 이미지를 끊임없이 창출하며 그 옛날 아테네 시민도 오늘날의 관객들도 이미 알고 있는 ‘저주받은 왕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최고의 지위와 명예를 누리던 고결한 인생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의해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비극의 장엄함과 비장미를 오롯하게 느끼게 했다. 원작의 뛰어난 ‘극적 구성’(플롯)과 현대적 음악극 양식의 세밀하고 정교한 연출,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빚어낸 결과다.

다만 ‘소리’가 다소 아쉬웠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탓에 배우와 피아노가 내는 자연음과 천장에 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전달되는 기계음이 뒤섞여 들린다. 때때로 들리는 불균질한 소리가 극 중 몰입과 ‘시간적 상상’을 방해했다. 현장 배우와 악기가 만드는 소리는 기계 힘을 빌리지 않은 자연음으로 승부했으면 어땠을까. 공연은 오는 20일까지, 5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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