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유학 시절 실러 교수에게 지도받은 이우헌 경희대 교수는 그를 ‘겸손하고 순수한 학자’로 표현했다. 그는 “1987년에 논문을 쓰면서 실러 교수를 처음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며 “7년 전 실러 교수가 방한했을 때는 여전히 왕성한 학문적 호기심에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울산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불과 30분 만에 한글의 체계를 익혔다는 것. 당시 한글의 우수성에 감탄한 실러 교수는 이후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연구실에 걸어놓기도 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실러 교수의 또 다른 제자인 김세진 전 이밸류 대표는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실증 분석으로 균형을 잡으라고 늘 강조한 스승이었다”고 떠올렸다. 1980년대 중반 실러 교수와 저녁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는 아직 생생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경제학 교수가 경영학보다 돈을 덜 버는 것은 경제학이 더 재미있어서 보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며 “그의 순수한 열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카고대에서 핸슨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은 ‘악명 높은 난해함’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한 학기 동안 핸슨 교수의 일반적률추정법(GMM) 수업을 들었는데 마지막 날 한 학생이 ‘GMM이 뭔가요’라고 질문해 모두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기석 경희대 교수 역시 “거시경제학 시험에서 핸슨 교수가 10문제 중 6문제를 출제했는데 시험지를 받자마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파머 교수에 대해선 이번 수상이 오히려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원장은 “진작 노벨상을 받았어야 할 분”이라며 “금융위기로 시장의 효율성에 회의론이 생기면서 그의 수상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농담도 있었다”고 전했다. 시장의 효율성을 신뢰했던 그의 이론은 금융위기 당시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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