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위안화 거래 허브로
영국 정부가 중국 국영은행의 영국 내 영업 규제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더 많은 중국 투자를 유치하려는 영국과 위안화의 글로벌 유통을 더 늘리려는 중국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중국은 최근 수출 부진에도 달러 대 위안화 가치를 역대 최고로 고시하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FT에 따르면 앞으로 영국 금융당국은 영국에 진출한 중국 은행을 본사의 ‘자회사’가 아닌 ‘지점’으로 관리한다. 자회사는 자기자본금 확충 비율 등 영국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영국의 규제가 지나치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지점으로 취급받으면 중국 법이 적용된다. 중국 본사 자본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다. 영국 내 중국 은행들의 운신의 폭이 커진다는 얘기다.
영국은 이를 통해 런던을 세계 위안화 외환 거래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중국 본토 밖에서의 위안화 외환 거래는 대부분 홍콩에서 이뤄진다. 영국 은행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의 홍콩 지점이 위안화 거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런던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런던의 다른 글로벌 은행은 자회사로 분류돼 규제를 받는다. 중국에만 특별 대우를 해 주는 셈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중국 공상은행 등 대형 국영은행의 중국 진출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영국은 중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자세”라고 전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인민은행이 고시한 환율은 달러당 6.1412위안으로 2005년 달러 페그제를 끝낸 뒤 가치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현물도 역대 최고인 6.1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오히려 위안화 가치를 더 올린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기본적으로 경제에서 내수 비중을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 물가가 싸져 내수가 활성화될 수 있다. 동시에 최근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틈을 타 위안화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있을 중국공산당 제18기 당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3중전회)에서 현재 고시가격 대비 상하 1%인 위안화 변동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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