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55) 행복과 돈의 관계

입력 2013-10-16 21:23   수정 2013-10-17 04:28

행복과 돈의 관계는 흥미로운 주제다. 여러 국가들을 비교했을 때에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득과 행복의 관계는 미미해진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나 ‘레이어드 가설’이 정설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소득이 늘 때 행복 수준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느 주장이 맞는 것일까?

연구 결과들을 평가하기 위해 ‘회귀분석’에 대해 알아보자. 회귀분석은 대표적인 데이터 분석 기법의 하나다. 이해를 위해 머릿속에 그래프를 그려보자. 가로축에는 소득을, 세로축에는 행복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행복지수)를 표시한다. 이제 각 나라의 소득과 행복지수를 짝 지워 그래프에 점으로 찍는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이고 행복지수가 1.25이면 가로로 2만달러, 세로로 1.25인 지점에 점을 찍는 것이다. 한 나라에 점 한 개씩을 찍어 놓고, 그 점들이 보여주는 소득과 행복지수의 관계를 한 개의 선으로 대표하도록 하는 것이 회귀분석이다.

첫 번째 주장은 여러 나라의 1인당 소득 수준과 행복지수를 모아 회귀분석을 한 결과다. 회귀선의 모양을 보니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기는 한데, 소득이 늘 때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정도가 소득이 높아질수록 작아진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소득에 대해 어떤 ‘만족점’이 있어서 만족점 이상으로 소득이 올라가면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소득이 늘 때 행복 수준도 올라간다는 두 번째 주장 역시 회귀분석을 했지만 ‘패널데이터’ 분석기법을 사용한 점이 다르다. 이 데이터는 각 나라 여러 가계들의 소득과 행복지수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주장의 데이터가 한 나라에 한 쌍의 자료(1인당 소득 수준, 행복지수)만 있다면, 두 번째 데이터는 한 나라에 가계 수만큼 여러 쌍의 자료가 있는 셈이다. ‘패널(panel)’은 사각형 판을 뜻하는데, 나라별 자료를 기입한 모양이 ‘판’처럼 생겼고 전체 데이터가 이런 ‘판’을 모아놓은 형태여서 패널데이터로 불린다. 패널데이터 분석기법 중 두 번째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나라별 전반적인 행복 수준의 차이를 인정하고 회귀선을 구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은 경향이 발견되더라는 것이 두 번째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평균적 행복 수준이라는 개별 특성을 걸러내고 소득과 행복지수의 관계를 보인 두 번째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더 주목할 것은 바로 그 나라별 행복 수준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전반적 행복 수준은 최하위권이다. 우리는 왜 남들보다 덜 행복할까, 아직 데이터가 답해주지 못한 질문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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