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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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에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나를 최종적으로 정리해보는 마음으로 10년 동안 쓴 소설”이라며 “내가 훌쩍 떠나버리더라도 아내가 이 소설들을 보며 ‘이런 마음으로 떠났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썼다”고 했다.
자전적인 표제작 ‘별밭공원’에서 그는 1980년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9년간 옥살이를 하던 중 모친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개인사를 불러낸다. 이후 마음은 이미 저승에 있는 생활을 이어가지만 주인공은 히말라야와 캄캄한 토굴에서 구도적 체험을 통해 결국 자기와 화해하는 성숙한 경지에 이른다. ‘내가 할 일은 저 야차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저 야차를 보듬고 사는 일일지도 몰라.’
‘무문관’ ‘탁발’ ‘육식’ 등의 작품 제목에서 보듯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제는 구도의 이야기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특별한 구도의 경험이라기보다는 ‘살아보니 이런 것들도 있더라’는 정도의 이야기”라고 했다. 삶과 동떨어진 구도소설이 아니라 삶 속에서의 치열한 고민 과정이었다는 얘기다.
“구도자들은 주로 사회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처 속으로 들어가야 하죠. 상처에서 도망치려 하면 부처가 좋아하겠어요? 도(道)에서 멀어지니까 도인 줄 알았던 것이 오히려 도가 아니라는 게 보이더군요. 상처란 ‘선근(善根)’입니다. 악한 사람은 상처받지도 않아요.”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인 ‘동백섬’에는 이런 과정이 잘 드러난다. 죽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리며 동백섬으로 떠난 화자가 세 명의 아줌마들과 수다로 구원받는 과정을 그렸다. 삶에 혼신을 다해 맞서고 있는 아줌마들과 소통하는 동안 죽음의 경계에 서 있던 작가가 자신과 화해하며 삶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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