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시간낭비였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aT센터에서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월드클래스 300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한 중견기업 사장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훌륭한 인재를 뽑을 수 있는 행사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다. 그는 “행사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좋은 인재가 어떻게 오겠느냐”며 “별로 사람도 없지 않느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요즘이 대졸사원 채용 시즌인데도 채용박람회장은 썰렁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90여개 기업은 정부가 ‘월드클래스 300’기업으로 선정한 우량 중소·중견기업들 가운데서도 처우가 좋고, 성장성도 높은 ‘알짜기업’들이다. 대졸 초임도 연간 3000만원을 넘는 곳이 많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 중 상당수는 ‘월드클래스 300’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른 채 왔다. “중소기업이 생각보다 대우가 좋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다. 한 구직자는 “국내에 이렇게 좋은 처우를 보장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날 ‘채용박람회가 썰렁하게 끝났다’는 내용의 본지 기사(10월16일자 A20면)가 나간 뒤 신문사로 독자 전화가 많이 왔다. 취업준비생을 자녀로 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채용박람회가 열린 줄도 몰랐다”며 “정부가 주최한 행사라면 많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좋은 기회를 놓쳐 너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기업 규모가 작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성장성이 높고 직원 대우도 잘 해주는 곳은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번 채용박람회의 흥행 실패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외면’보다는 ‘홍보 부족’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행사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주최 측인 중기청은 ‘월드클래스 300’ 기업을 대상으로 한 첫 채용박람회를 열면서도 직원 두 명만 보냈다. 중기청 관계자는 “국회 국정감사 시즌과 겹쳐 간부들은 전부 소집된 상태고, 실무자들은 행사 준비에 전념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안재광 중소기업부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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