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 이후 처음으로 개인투자자 대상 판매에 나선 회사채가 흥행에 참패했다. 투자심리가 불안해진 개인들이 선뜻 사길 주저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동부제철189회’ 채권은 개인투자자 판매 개시 첫날(발행일)인 지난 16일 7억9000만원어치만 팔리는 데 그쳤다. 정책금융공사 배정 물량 199억원을 제외한 201억원어치 회사채를 연 8% 금리(2년 만기)에 내놨는데 물량의 4%도 팔지 못했다.
이 같은 판매실적은 과거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이후 동부제철이 발행한 공모회사채 7건의 발행 당일 판매금액은 평균 88억원이다.
회사채 소매판매는 발행 초기 분위기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들이 보통 발행 1~2주 전부터 수요 조사를 벌인 뒤 집중적으로 계약하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동양 5개 계열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튿날인 2일 발행계획을 처음 공시했다.
동부제철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로 투기등급이던 동양과의 격차가 크다. 하지만 동양사태가 다른 비우량 기업으로까지 번질까봐 겁낸 일부 개인들이 장내거래시장에서 보유 회사채 물량을 싼값에 처분하는 등 불안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회사채 판매 담당자는 “수요 조사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동양사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불안심리는 앞으로 동부제철 회사채 발행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동부제철은 전날 정부의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인 ‘신속인수제도’ 참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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