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한 '애프터마켓'에 주목하라

입력 2013-10-18 06:59  

SERI.org -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애프터마켓(aftermarket·후속시장)’이란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 이후에 부품 교체와 유지보수, 설비확장, 컨설팅 등을 해주는 서비스시장을 말한다.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기업도 유지보수를 위해 최소한의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애프터마켓이 신제품 시장보다 불경기에 강한 이유다.

금융위기 이후 애프터마켓은 특히 산업설비 분야에서 부각됐다. 기업들이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설비 확장이나 유지보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유지보수와 확장을 위한 국내 설비투자는 매년 평균 8.6%, 7.7%씩 증가했다. 신규 설비투자의 연평균 증가율 5.5%를 앞선다.

전 세계적으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신제품 시장은 경쟁이 심해지면서 성장이 정체됐지만, 애프터마켓 시장은 일부 분야에서 신제품 시장의 4~5배 규모까지 성장했다. 부품 판매와 정비 차원을 넘어서 예방 차원의 유지보수, 교육과 컨설팅, 금융 등 새로운 사업 영역도 선보이고 있다.

기업에 애프터마켓은 효자 같은 존재다. 순수 제조업만 할 때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마케팅 비용과 설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애프터마켓은 이 같은 부담이 적어 수익률이 순수 제조업의 2~3배 수준이다. 사업 과정에서 생기는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는 더욱 큰 재산이다. 고객의 요구나 관련 정보는 신제품 개발과 판매에 적용할 수도 있다.

이 점을 눈여겨본 독일 가전업체 지멘스는 설비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 정비 등에 머물던 애프터마켓 서비스를 온라인 지원과 교육 등으로 사업화했다. 세계 최대 압축기 기업인 스웨덴의 아트라스콥코는 애프터마켓의 배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려 금융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부 입장에서 애프터마켓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선 설비투자가 정체하면서 고용 창출이 가장 큰 과제다.

애프터마켓 사업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통해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기업일수록 유리하다. 경기 침체와 중국 업체 추격으로 위기에 내몰린 한국의 설비업체들은 애프터마켓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값비싼 생산기계, 대형 중장비, 건설, 플랜트 산업 등에서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인지도와 광범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애프터마켓에서 성공하려면 사업의 준비, 실행, 관리 단계마다 성공전략을 짜야 한다. 우선 준비단계에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 서비스상품을 준비해야 한다. 때로는 고객이 미처 알지 못했던 욕구를 발견해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사업 실행 단계에서는 제품을 판매할 때 애프터마켓 서비스도 함께 펼치면서 고객의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애프터마켓 사업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개선하면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기업은 애프터마켓을 제조업의 부수적 활동이 아닌 독자적인 사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제조업은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서비스업 정신을 보강해야 한다. 소비재 산업에도 애프터마켓 개념을 적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배영일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bae@samsung.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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