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패션으로 본 스와치처럼…혁신이란 기존관념 깨는 것

입력 2013-10-18 06:59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2)

전략과 경영자의 역할 - 박철순 서울대 경영대 교수

성공한 경영기법 모은 게 산업규범…1등의 게임규칙 따르면 절대 못이겨
상품·고객·운영방식 새롭게 정의…전략적 혁신해야 최강자로 도약
구성원이 적극 도전할 수 있게 동기부여 잘하는 게 리더의 역할



“학생들이 묻습니다. ‘교수님, 저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요?’ 여러분도 후배나 자녀와 진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실 겁니다. 과연 어떻게 대답을 해주면 좋겠습니까?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두 번째 시간. ‘전략과 경영자의 역할’ 강의를 맡은 박철순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직업’에 관한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평균 소득이 높은 직종이 좋은 직업인가

박 교수는 강의실 화면에 직업별 평균 소득 그래프를 띄웠다. 가장 높은 전문직부터 가장 낮은 연예인까지 오른쪽으로 갈수록 평균 소득을 나타내는 높이가 점점 낮아진다.

“좋은 직업을 판가름하는 조건 중 하나가 소득이죠. 소득으로 직업을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은 아마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겠죠. 취직을 한다면 외국계 투자은행(IB)이나 컨설팅회사에 가면 돈을 많이 받을 겁니다. 가장 낮은 직종은 프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연예예술인협회에 등록한 연예인의 평균 연간 소득이 1200만원가량이라고 합니다. 등록하지 않은 연예인이나 지망생을 더하면 훨씬 낮겠죠.”

이어 직업별 평균 소득 그래프 위에 각 직업에서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의 소득을 연결하는 그래프를 추가했다. 이 그래프는 평균 소득과 달리 우측으로 가도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소득이 적은 직군의 최고가 소득이 많은 직군의 최고보다 높게 나오기도 한다.

“타이거 우즈나 조용필 같은 스타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법니다. 직업별 평균 소득은 큰 차이가 나지만 ‘베스트 퍼포머(best performer)’의 소득은 직업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이제 좋은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좋은 직업에는 평균 소득이 높은 직업도 있지만, 본인이 1등을 할 수 있는 직업도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산업의 매력도를 평가하는 산업조직론

박 교수는 산업을 ‘수요와 공급의 대체성이 높은 재화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의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산업에서 기업의 전략 수립을 연구하는 경영학의 전통적인 방법론으로 ‘산업조직론’과 ‘기업 자원 기반 관점론(resource-based view of the firm)’ 두 가지를 꼽았다.

“산업조직론은 1980년대부터, 기업 자원 기반 관점론은 1990년대부터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전략 이론입니다. 대학 졸업생이 평균 소득이 높은 직업을 잡는 것은 산업조직론에 기반한 결정이고, 본인이 1등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원 기반 관점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산업조직론은 기업이 ①산업을 분석해 구조적인 매력을 파악한다 ②해당 산업의 핵심 성공 요인을 찾아내 가장 적합한 전략을 세운다 ③대상 고객, 생산 요소 등 성공을 위한 최적의 요소를 기업 내·외부에서 찾아 결합한다 등의 흐름으로 활동한다고(또는 해야 한다고) 이해한다.

“산업조직론은 인간은 누구나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인간이 짜는 전략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얘기입니다. 산업을 누구든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 산업에 적합한 전략도 누구나 구축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똑같은 결정을 할 수 있다면 기업들 사이의 경쟁력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의문이 생기죠. 산업조직론은 이 질문에 ‘사업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경쟁력 차이를 낳는다’고 대답합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면 이는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의 매력도 차이에서 온다고 설명하는 것이죠. 얼마나 매력적인 산업을 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뉘기 때문에 누가 매력적인 사업에 빨리 뛰어드는가에 따라 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얘깁니다.”

○기업 보유 자원으로 접근하는 자원 기반 관점론

기업 자원 기반 관점론은 산업조직론과 달리 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을 먼저 분석하고, 보유 자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을 선택한 다음 산업을 분석해 적합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분석이다.

“평균 소득 차이처럼 각 산업의 수익률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나 각 산업의 ‘베스트 퍼포머’끼리는 투자 대비 효율의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각 직업의 최고 소득자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업을 기업이 생산하는 결과물로 봅니다. ‘포스코는 철강회사’라는 식이죠. 자원 기반 관점론은 기업의 최종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는 자원과 능력의 집합을 기업 자체로 보는 시각입니다. ‘철광석을 다루는 기술, 기계를 다루는 능력, 고객망, 평판 등이 모인 집합이 포스코’라는 겁니다.”

박 교수는 이어 ①산업 매력도와 보유 자원이 모두 풍부 ②산업 매력도가 풍부, 보유 자원은 빈약 ③ 산업 매력도는 빈약, 보유 자원이 풍부 ④산업 매력도와 보유 자원이 모두 빈약 등 네 가지 기업 환경을 가정하고 질문을 던졌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①을 하고 ④에선 빠져야겠죠. 그러나 현실에는 ②와 ③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가는 산업 매력도는 높지만 가진 자원은 부족한 ②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은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선발주자가 있다면 경쟁 우위를 갖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릴 동안 경쟁자도 노력하기 때문에,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경쟁력 차이는 오히려 벌어지기 십상입니다.”

○2등을 1등으로 만드는 전략적 혁신

기업 자원 기반 관점론을 기반으로 하면 산업 매력도가 부족하더라도 자신(기업)이 갖고 있는 자원이 풍부한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리고 자원 기반 관점론에서 핵심 자원은 △최종 생산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 △제한적일 것 △상대적인 우위가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자원이다.

“그런데 기업이 실제로 이 세 가지에서 모두 상대적인 우위가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2위그룹 또는 후발주자는 더욱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자원 기반 관점론은 2등이 1등으로 올라선 경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산업조직론과 자원 기반 관점론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동시에, 전략적 혁신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 규범을 무너뜨려라”

박 교수는 ‘전략적 혁신은 한 산업 내 게임의 규칙에 도전하고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산업 내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산업 규범을 깨라는 것이다.

“지금 강의를 하는 저는 서 있고, 여러분은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왜 그런지 의문을 가져보신 적 있습니까? 이런 게 산업 규범입니다. 회사 업무를 볼 때 ‘이건 왜 이렇게 하지’라고 고민조차 들지 않는 것들이죠. 산업 초기에는 여러 가지 경쟁적인 방법론이 경쟁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뛰어난 방법론, 성공한 기업의 경영 기법을 다른 기업이 따라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산업 내 모든 기업이 그 경영 기법을 하게 되면서, 산업 규범으로 굳어집니다. 우리가 깨야 할 것은 가장 뛰어난 경영 기법의 집합인 산업 규범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도 바뀌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이는 방법론 중에 최선이 아닌 것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품·고객·운영방식을 재(再)정의하라”

실제 기업 경영에서 산업 규범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전략적 혁신(산업규범 파괴)은 우선 상품과 고객, 운영방식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략은 일관된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제품을 다시 정의하면 고객이 결정되고 운영방식도 따라서 결정된다.

“‘스위스 시계’의 산업 규범은 뭘까요. 제품이 정교하고 고급스럽다는 것이겠죠. 고객은 부유한 중장년층이고요. 운영방식은 생산에선 수작업, 유통 채널에선 시계 전문 점포겠죠. 제품의 산업 규범을 깨봅시다. 패션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고객은 젊은 층이 되겠죠. 운영방식은 대량생산에 백화점으로 바뀔 겁니다. 이게 바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스와치의 혁신입니다. 냉장고의 기존 산업규범은 ‘냉장이 잘 되고, 청결을 유지하기 쉬워야 한다’였죠. 때문에 누구나 냉장고를 흰색 강판으로 만들었고, 대상 고객은 주부와 음식점이었습니다. 선도 가전업체들은 냉장고의 개념을 ‘가구’로 재정의했고, 색상과 디자인을 다양하게 바꾸면서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더의 역할은 동기부여”

A기업의 구성원은 끊임없이 외부 환경을 탐험하고, 기회가 있으면 과감하게 시도한다. 실패가 많지만 성과도 낸다. 시장을 경쟁자보다 먼저 찾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B기업 구성원은 현실에 안주한다.

“여러분은 두 기업 중 어느 기업의 경영자가 되겠습니까. A기업이겠죠. 기업 구성원이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 경영자의 임무입니다. 바로 동기 부여입니다. 리더로 올라갈수록 필요한 능력은 부하직원들이 과거보다 더 큰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뛰어난 리더는 일관된 비전을 주면서, 구성원이 지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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