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산학협력 롤모델로 실리콘밸리를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엔 병원과 바이오기업이 협력하는 보스턴 클러스터가 뜨고 있다. 기업과 연구기관의 기술혁신을 유명 병원들이 임상적으로 뒷받침하는 협력모델이다. 우리도 이 모델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17일 판교테크노밸리 내 코리아바이오파크에서 '병원과 바이오기업의 협력을 논하다' 주제로 열린 '판교바이오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김봉철 서울아산병원 사무국장은 이 같이 주장했다.
김 국장은 "최근 병원 치료는 '맞춤치료'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발맞춰 보스턴모델의 경우 노바티스 등 유명 회사 연구소가 이전하고 인근에 하버드대, MIT(매사추세츠공대) 등 연구기관과 유명 병원들이 모여 클러스터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모델은 협력 병원 임상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질병 조기발견·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생물지표)를 발굴하거나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임상 투자비용이 줄고 개발 기간도 단축되는 이점이 있다.
아산병원도 연구중심대학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판교테크노밸리는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등 여건이 갖춰져 있다"며 "산학협력의 롤모델로 실리콘밸리만 연상할 게 아니라 보스턴모델을 추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산학협력 비즈니스모델의 구체적 실행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란 지적도 나왔다.
국립암센터 대학원 김인후 원장은 "연구를 사업화 하려다 보니 공식 의료기기로 인증되지 않은 진단기기를 사용한 데이터는 인정받지 못하는 등 예상 외의 걸림돌이 생긴다"며 "이젠 연구 성과도 특허 출원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특허를 내고 활용할지, 국내와 국제 수요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는 판교테크노밸리포럼 바이오분과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바이오협회,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후원했다.
포럼 바이오분과위 조중명 위원장(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은 "한국 의료기술은 최고 수준인데 산학협력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병원과 바이오기업이 협력해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배은희 바이오협회장도 "바이오기술이 주로 사용되는 곳이 병원인 만큼 병원과 바이오기업의 융합연구로 실제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만들어야 시장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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