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무상 보육하면 '대박' 날 줄 알았는데…위기의 민간 어린이집…'쪽박'의 공포

입력 2013-10-18 21:14   수정 2013-10-19 04:45

'원생 40명=권리금 1억' 공식…대출까지 받아 어린이집 인수
보육료 상한 묶여 적자 시달려 브로커 내세워 되팔기도

교사·원생 허위등록 수법 이용…적자 메우려 보조금 횡령까지




#1. ‘서울 강서구 어린이집, 원아 70명 확보, 권리금 1억5000만원. 대구시 수성구, 원아 20명, 월 매출 1100만원, 권리금 1억2000만원.’ 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어린이집 매매’를 검색하니 전문사이트 12개가 떴다. 사이트마다 매물 현황, 어린이집 원아 수, 매출, 권리금이 상세히 적혀 있는 수십건의 매물이 올라와 있다. 특이점은 매물이 쏟아지는데도 권리금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2. 지난해 2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인천지역 민간 어린이집을 사들여 운영 중인 이모씨(45)는 ‘멘붕(멘탈붕괴·심리적 공황상태를 뜻하는 속어)’ 상태다. 남편이 퇴직하자 ‘돈이 된다’는 주위의 말에 은행 대출까지 받아 권리금 8000만원을 주고 어린이집을 인수했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얻는 월 수익은 100만원가량. 이자를 내고 나면 먹고살기조차 빠듯한 상황이다.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민간 어린이집이 수익성 악화로 매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고액의 권리금이 형성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 설립이 허가제로 바뀌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진 데다 올해 무상보육 확대로 풀리는 2조원의 지원금을 겨냥한 막연한 기대가 공급과잉 속 권리금 상승이라는 현상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비싼 권리금을 주고 인수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은 계속되는 적자에 국가 보조금을 횡령하는 등 범죄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넘치는 매물에도 치솟는 권리금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국보육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어린이집의 35.6%, 가정어린이집의 30.7%가 개설 때 권리금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권리금은 민간 어린이집이 6686만원, 가정어린이집이 3223만원 정도다. 어린이집 매매를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엔 대도시 기준 ‘원생 55명 권리금 2억원’, ‘원생 45명 권리금 1억5000만원’ ‘원생 40명 이하 권리금 1억1000만원’ 같은 글이 수십건씩 올라와 있다. 권리금 액수는 원생 숫자가 결정한다. 원생 수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어린이집은 ‘원생=돈’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올해 기준으로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등록된 영유아 1인당 22만~75만5000원을 지원받는다. 발빠른 컨설팅사는 권리금 계산방법까지 내놓는다. ‘원생 1인당 보육료×3~4개월’ 형태다. 원아 수가 30명일 경우 1인당 50만원×4개월로 잡아 최소 6000만원이다. 투자한 시설비 등을 합치면 8500만~9500만원으로 늘어난다.

가장 선호하는 매물은 아파트 관리동에 있는 어린이집이다.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가 원장을 입찰로 선정하는 관리동 어린이집은 원생 충원이 쉬워 아파트 단지 규모에 따라 억대의 권리금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지는 적자에 보조금 횡령 유혹

최근 민간 어린이집을 인수한 원장들은 적자를 피할 길이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육료 상한선이다. 서울지역에선 원아 1인당 월 25만4000원을 받는다. 인건비, 간식비 등은 포함되지만 시설투자비 보수비 등은 제외된 수치다. 이에 따라 시설을 보수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강북지역 한 어린이집 원장은 “허가제로 설립이 까다로워 비싼 권리금을 붙여 파는 경우가 많다”며 “매물을 인수한 원장들이 운영이 쉽지 않자 다시 매물을 내놓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에 처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은 국가보조금으로 손실을 메우려는 유혹에 빠지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4일 학부모로부터 특별활동비를 부풀려 받아 가로챈 어린이집 원장 이모씨(52)를 구속했다. 구의원인 이씨는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어린이집 5곳을 운영하며 지난해까지 특별활동비를 부풀려 2억27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 7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어린이집을 6개월가량 운영한 김모씨(50)를 불구속 입건했다.

문제는 이 같은 폐해에도 정부가 개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적 재산인 민간 어린이집을 권리금을 받고 매매한다고 해서 규제할 방법은 없다” 고 말했다.

○과도한 단속…보육보다 회계부터 배워야 할 판

전문가들은 민간 어린이집 보육료 정상화 등 운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보육료 현실화를 주문했다. 정부가 보육료 단가를 산출한 내용을 보면 종사자 인건비, 교재·교구비, 급·간식비, 관리운영비, 시설 설치비까지는 국공립이나 민간 어린이집 모두 같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 보육료에는 초기 투자비나 개·보수비 등이 제외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나친 단속도 민간 어린이집 운영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보조금을 횡령하는 일부 원장을 단속하는 것은 맞지만, 세세한 회계장부 내용까지 일부 구청이 들여다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회계장부에 주유비를 여비로 처리하는지, 차량비로 처리하는지까지 단속해 영업정지 과징금 등의 처분을 내리니 보육에 신경 쓸 시간에 회계공부를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며 “잘못된 행태는 뿌리 뽑아야 하지만 단속이 너무 과도하다”고 하소연했다.

김태호/이지훈/홍선표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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