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협상' 압박 노린듯
북한이 외국 기업들과 합작해 개성을 첨단기술에 특화된 경제특구로 개발하는 데 착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외국 기업들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이 ‘개성첨단기술개발구’ 건설을 위해 합작하는 방안에 대해 북한의 유관기관들과 합의했으며 곧 이행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컨소시엄에는 싱가포르의 ‘주룡회사’(Jurong Consultants)와 ‘OKP 부동산회사’(OKP Holdings), 홍콩의 ‘P&T 건축 및 공정유한공사’(P&T Architects & Engineers Ltd.) 등 동아시아와 중동 기업들이 참여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 매체에서 ‘개성첨단기술개발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앞서 5월 말 경제개발구법을 지정해 지역별로 특화된 개발구를 설치하고 이 가운데 ‘첨단기술개발구’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특구는 남북이 운영하는 개성공단과는 위치가 다르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 제스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뒤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특히 개성공단과 관련해 통신·통행·통관(3통) 문제를 논의하는 분과위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어 후속 일정 제의에 응답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행태를 보였다. 때문에 이달 말 예정돼 있던 개성공단에 해외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설명회도 결국 취소된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첨단기술개발구를 굳이 ‘개성’에 설치하겠다는 것은 개성공단에 대한 ‘맞불’”이라며 “국제사회에는 남한 외에도 개성에 들어오려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우리에게는 남한만 있는 게 아니다, 경쟁력 있는 첨단기업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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