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법인카드

입력 2013-10-18 21:48   수정 2013-10-19 05:3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국정감사 때만 되면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남용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올해도 건설근로자공제회 임원이 평일 골프장 주변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의원 보좌관들의 밥값을 지급했다가 혼쭐이 났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 임직원들의 행태는 더 심했다. 휴일 자기 집 부근 일식집에서 비싼 밥값을 결제한 데다 금지 대상인 심야 유흥주점에서 사용한 사실까지 들통났다.

법인카드란 기업이 업무 추진 활동을 위해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아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카드다. 이를 사용한 직원은 접대 상대방의 이름과 사용 목적 등을 기재하고, 회사는 그 대금을 직원 대신 결제한다. 대부분은 무기명 법인카드 형태다. 국내 20개 카드사가 발급한 법인카드 수는 총 675만장이다. 이 가운데 무기명 법인카드는 452만장으로 전체의 67%다. 나머지는 사용자가 분명한 기명카드다.

문제는 불법이나 편법 사용이다. 어느 회사 직원은 법인카드 월 사용한도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나 높인 뒤 잇따라 돈을 빼돌렸다. 한 회사 운전기사는 회사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과 귀금속 등 3276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거래처의 ‘갑’에게 특혜를 주는 수단으로 쓰인 사례도 많다. 의사들이 제약업계의 법인카드를 받아 해외여행이나 고급시계 구입 비용 등으로 1억원까지 쓰고 해당 제약사 약을 경쟁사 제품보다 3배나 처방해준 사건이 대표적이다.

법인카드의 유흥업소 사용액은 2011년 1조4137억원에서 2012년 1조2769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불황기에는 사용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차피 사원에게는 ‘가질 수 없는 너’, 대리에게는 ‘지닐 수 있되 쓰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지만 팀장 이상도 몸을 움츠리게 마련이다. 직원들은 “돈도 못 벌어 오면서 회식은 거하게 하느냐는 잔소리가 듣기 싫다”고 하고, 주변 업주들은 “단체손님이 30만원조차 한 카드로 다 못 긁고 다른 카드로 나눠 긁어달란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이렇듯 법인카드를 둘러싼 얘기는 늘 경기와 함께 출렁인다. 국내 신용카드는 1951년 생긴 미국의 ‘다이너스클럽’을 벤치마킹해 1967년에 들여왔으니 역사가 50년도 안 된다.

어떻든 1년에 한 번씩이라도 감사를 하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법인카드 관리 지침을 강화하는 공공기관이 늘고 있다. 대부분은 공휴일과 심야시간대 사용 금지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인데, 이왕이면 디지털 표준감사 시스템 등과 연계해 변태 사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물론 양심과 문화의 문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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