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미제스가 그리워지는 이유

입력 2013-10-20 20:58   수정 2013-10-21 05:16

시장은 스스로 경제력 남용 해결
대기업 규제는 '경제발목' 잡을뿐…정부간섭 줄어야 발전할 수 있어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kwumin@hanmail.net

< 미제스 : 자유주의 경제학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미국, 유럽, 한국 등 전 세계가 깊은 경제침체에 직면하면서 국가주의 버릇이 되살아났다. 실업, 빈곤, 저성장이 시장 탓이라는 인식에서다. 환경, 복지 관련 지식인 관료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한 세계관과 확고한 사회이론이 없으면 사회혼란은 필연적이다. 여기에 큰 힘이 되는 게 올 10월 서거 40주년을 맞은 루트비히 폰 미제스(1881~1973)의 사상이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래서 영국, 미국, 유럽 등 각국에서 그의 업적이 재평가되고 있음은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제스의 사상은 경기변동이론에서 빛이 난다. 미제스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은 순전히 화폐현상이라고 말한다. 통화, 신용팽창에 따라 시중이자율이 낮아져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투자를 유도해 당장은 호황으로 보이지만 필연적으로 불황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규제나 재정, 통화를 확대할 경우 정상회복을 방해해 또 다른 불황을 야기할 뿐이라는 게 그의 경고다.

미제스의 이론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잘 설명해준다. 케인스가 믿는 것처럼 유효수요의 부족이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만든 붐이 불가피하게 터진 결과라는 것이다. 그 불황이 전대미문의 대공황으로 이어진 것도 기업과 노동에 대한 규제, 세금 인상 등 정부 간섭 때문이었다는 게 분명히 입증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도 경제 불안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돈을 풀었던 게 주범이었다. 이자가 내려가면서 건설이 늘고 고용과 소비가 증가하는 등 붐이 일어났지만 그 호황이 저축을 통한 투자가 아닌 비정상적 붐이었던 게 문제였다. 게다가 대출조건 완화를 통한 자가주택 보유확대 정책까지 겹쳐 집값이 치솟자 미국 정부는 금리 인상에 나섰고 그 결과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이 야기된 것이다.

미제스는 사회주의는 손익계산에 필수적인 자본재의 화폐가격이 형성될 수 없어서 그런 체제는 불가능하며 결국은 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새뮤얼슨 등은 사회주의도 번영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1989년 동유럽의 사회주의와 옛 소련 붕괴는 미제스의 사상이 정확했음을 입증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부정하는 사회주의는 죽었지만 간섭주의는 살아있다. 미제스는 이것도 유용한 체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 대한 간섭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 때문에 또 다른 규제와 간섭을 불러오는 등, 결국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제3의 길 같은 중도(中道)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의 주장이 옳다는 것은 스웨덴과 독일 등 복지국가의 실패가 뚜렷하게 입증한다.

미제스는 국가의 특혜나 인허가 등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법적 장애물이 없다면 ‘독점’을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시장경제는 경제력 남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정부가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을 규제하면 이는 경쟁보호가 아니라 기업 활동의 발목만을 잡는 경쟁제한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미제스는 결코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다.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원칙에 관한 한 그에게 타협과 양보는 없었다. 오늘날 자유주의 이념이 살아있는 것은 그의 불굴의 투지 때문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무릅쓰고라도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고 주택과 건강, 교육 문제에서 간섭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미제스와 같은 원칙의 자유주의자가 그리워진다. 자유주의 경제학이 척박한 한국 사회에서 미제스의 서거 40주년을 새기는 이유도 그런 그리움 때문이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kwumin@hanmail.net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