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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AIN] |
'A열차로 가자(A列車で行こう)' 시리즈는 PC뿐만 아니라 일본의 콘솔 게임기용으로도 출시되었다. NDS버전도 있는 등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되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의 특이한 열차문화에 기인하는 현상이다. 일본 외 국가에서도 일본만큼의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의문이다.</p> <p>일본의 게임 개발사 아트딩크(ARTDINK)에서 1985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현재에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장수 타이틀 중에 하나이다. 게임 하나로 30년 가까이 시리즈를 내면서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본다면 이 게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출시 당시에는 생소했던 '철도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게임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후 미국에서도 'MAXIS'를 통해 시리즈 3편이 'A-Train'이라는 타이틀로 발매되었다.</p> <p>'MAXIS'는 익히 아시다시피 심 시리즈로 유명한 회사이다. '심시티', '심라이프', '심팜', '심콥터', '심타워', '심앤트', '심즈' 등 게임 앞에 붙는 '심'은 'Simulation(시뮬레이션)' 이라는 뜻으로 보통 시뮬레이션 게임을 줄여서 '심'이라 부른다(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 플심).</p> <p>'MAXIS'는 이전에 소개했던 게임 업계의 4대 크리에이터 중 한 사람인 '윌 라이트'가 세운 회사다. 주로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많이 출시했다. 타 게임개발사의 게임을 유통-배급 하기도 했다. 그 게임 중에 하나가 바로 'A-Train' 과 '심타워' 게임이다. 심시티로 재미를 봤던지 게임마다 '심' 자를 붙여 줄줄이 출시하던 시절 큰 기대를 안고 출시했던 '심콥터'의 패망 이후 계속되는 손실로 결국 1997년 4월 28일 EA에 의해 인수되는 비운의 역사를 기록하였다. 인수 이후 출시한 '심즈' 시리즈에서는 그 동안 사용한 'MAXIS' 로고 대신 'EA' 로고가 사용되었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회사가 될 뻔 했으나 최근 출시한 게임들에 다시 그리운 'MAXIS' 로고가 사용되어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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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IS 로고의 부활] |
■ 처음 느낌은 하품 나오는 게임
처음 'A-Train' 게임을 접했을 때는 필자가 중학교에 막 진학했을 무렵이었다. 우연히 입수하게 된 게임을 하면서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은 기존의 게임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죽거나 성공하거나 악의 무리를 응징한다던가 하는 '게임'같은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p> <p>마치 철도 연구소나 사무실에서나 쓰일법한 '사무용 프로그램' 같은 느낌에 적잖이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뭘 해야 될지를 모르겠고, 투자-설비나 유통-마진 등에 대해서 이게 진짜 게임이라는 내용으로 구현 될 만한 소재가 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지만, 하면 할수록 그 묘한 매력에 빠져드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p> <p>유명한 게임 시리즈 중에 하나인 '타이쿤'류의 게임과 비슷한 형식으로 'Tycoon' 이라는 단어는 영어사전에 등재된 뜻풀이를 보면 '(재계의) 거물' 이라는 뜻인데, 이 단어는 'タイクーン(tycoon, 타이쿤)'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는 일본 막부 정권의 장군(将軍, 쇼군)을 당시의 외국인이 부르던 이름 대군(大君, 타이쿤)에서 유래 된 말이다.</p> <p>대군(大君)과 같은 경우는 7세기경의 대화조정의 지도적인 인물이었던 대군(大君)을 天皇(천황)으로 높여 부르기 시작하면서 日本(일본)이라는 국호도 이때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서 '타이쿤' 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즐기는 게이머가 많다는 사실에 본 내용과 크게 관련이 없는데도 주절주절 써보았다.</p> <p>또한, 게임 업계 4대 크리에이터로 칭송 받는 '윌 라이트'의 'MAXIS'에서 'A-Train'을 배급한 것과 별개로 또 한 명의 4대 크리에이터 중 한 사람인 '시드 마이어'의 '레일로드 타이쿤'도 인기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두 게임을 비교해가며 즐기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p> <p>'타이쿤'류의 게임들이 갖는 특징은 뚜렷한 게임 엔딩 조건에 따른 '성공-실패' 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에 따라 튜토리얼 형식의 단계별 성공 조건은 존재하나 게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게이머의 선택이다. 이 게임들이 갖는 특징이자 단점 중에 하나는 초반에는 열악한 재정조건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움이 있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면 안정적인 자금유입(주로 세금)과 개발 활동으로 너무나 평화롭고 평화롭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 보면 절로 하품이 나오기도 한다. 너무나 평온하고 화평한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꼈는지 그 뒤로는 게임에서도 각종 재난 옵션이 들어가게 되었다. 멀쩡한 땅에 갑자기 불이 나고 지진이 발생하거나 허리케인이 들이닥치고 심지어 외계인이 쳐들어오기도 한다(이게 무슨 '심' 이야! SF 게임도 아니고..).</p> <p>기존의 폭력과 선정성에 심취해 있는 게이머들이라면 다소 지루하고 따분한 게임이 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참으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기도 하였다. 이 큰 세상을 조그만 14인치 사각의 모니터로 구경하면서 선혈이 낭자하고 비명과 신음소리가 가득 찬 세상에 살다가 어느 순간 핏자국도 보이지 않고, 누구 하나 비명도 지르지 않고 죽어 나가는 캐릭터도 없고 딱히 'GAME OVER'라는 암울한 메시지를 볼 일도 없다 보니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 때 자칫 긴장의 끈을 놓으면 '멍 때리기'가 될 수 있으니 정신을 차리고 집중을 해야만 '무아지경'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 사실적인 주변 풍경 묘사가 일품
필자가 처음으로 접한 시리즈는 3편 'A-Train' 이었다. 무언가 오밀조밀하고 고해상도(당시 기준)로 표현되는 기차 역 주변의 풍경을 보면서 낮과 밤, 새벽 시간대마다 풍경이 달라지기도 하는 등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에 매료되어 한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모니터에서 기차들이 움직이면서 짐을 싣고 다시 짐을 내리고 하는 장면만 바라보던 적도 있었다. 간혹 저녁 시간대에는 도트 몇 개로 그린 듯한 새들이 하늘을 날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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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건물에 불도 켜진다. (미분양은 없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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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9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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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들녘] |
어린 시절 누구나 기차 여행을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여 굳이 기차로 여행을 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 할 수도 있고, 시속 300Km의 속도를 넘나드는 초고속 열차도 등장하여 예전만큼 창밖으로 지나는 풍경을 감상하며, 삶은 계란과 사이다의 추억을 간직하는 세대는 이제 중장년층의 어르신들뿐이 아닌가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다.</p> <p>필자 역시 어린 시절에 기차여행 하면 설레고 기대되는 것이었고, 지금과는 다르게 예전에 열차들은 중간에 문을 열고 난간에 매달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었지만, 추락 사고의 위험으로 현재의 열차 들은 모두 이동 중에는 출입문이 닫히도록 되어 있다. 더 이전에는 석탄 열차들이 지나갈 때 가끔 석탄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들을 주워다 잘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석탄 열차에서 떨어진 석탄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물물교환의 화폐적 가치를 지니기도 했다. 이것도 거의 30년 넘은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고, 최근에는 석탄 열차를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는 본 적이 없다.</p> <p>기차 안에서 손님으로서의 추억을 기차 밖에서 경영자의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A-Train' 게임은 교육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을 만큼 운영 방식에 대한 묘사가 잘 이루어져 있다. 너무 튀거나 딱딱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끝까지 잘 유지하고 있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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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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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 버전 A-Train] |
■ 국내 처음 정식 유통된 것은 시리즈 3편
필자가 추억하는 시리즈 3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는 게임으로 기존 1, 2편에서 부족했던 경영 시뮬레이션적인 요소를 대폭적으로 수정한 버전이다. 1, 2편과 같은 경우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열차'를 소재한 퍼즐 게임에 가까웠다. 본격적인 시뮬레이션 장르로 인정받는 것은 아마도 3편 이후가 아닐까 싶다.</p> <p>또한 3편 같은 경우 'MAXIS'가 1992년 미국에서 영문판을 유통하면서 당시에 국내 SKC에서 'MAXIS'의 유통 권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 출시할 수 있었다. 다만, 한글화가 안 된 것은 아쉽지만, 당시 외국 게임들을 유통하던 '동서게임채널' 이나 'SKC'의 경우 제대로 된 한글화 게임을 많이 출시하지 않았다.</p> <p>거의 대부분 영문 그대로 출시하였고 매뉴얼 정도만 간단한 게임소개나 조작법 등을 한글화 하여 박스(패키지) 상품으로 출시했을 뿐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 대부분이 영어판, 일어판이었기 때문에 크게 위화감은 없었지만, 간혹 한글화 되어 출시되는 게임은 대부분 정식 유통되는 게임들보다는 국내 PC통신 게임 동호회 등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한글패치 버전 등이 많이 있었고, 지금도 한글화 되지 않은 고전 게임들 중에 명작 게임들은 한글화 패치를 진행중인 팀들이 많이 있다(이 또한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아 조금 안타깝기는 하지만..).</p> <p>그 다음 버전인 4편에서는 SKC의 손을 떠나 '쌍용정보통신'이 한글화하여 발매하였지만, 아쉽게도 번역비도 못 건질 정도로 흥행에는 참패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열차' 본연의 소재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이것이 게임 본연의 재미를 해치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했다.</p> <p>비교적 어렵지 않은 난이도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던 초기와는 달리 집중해야 될 요소와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산만해진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최근 발매 된 버전에서는 밖에서만 열차들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에서 발전하여 직접 내부에 탑승하여 차장이 되는 경험을 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열차를 몰아보는 재미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장래희망이 차장인 꿈나무 새싹 어린이가 있다면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해보기를 바란다.
■ 필자의 잡소리
기차에 대한 로망이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멋진 게임이 아닌가 한다. 한국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나라 중에 하나이다. 아직도 고향 집에 들르기 위해서 일주일을 꼬박 차를 타고 마차를 타고 걸어서 이동하는 나라들도 100개 국가가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한국의 대중교통망이 얼마나 잘 발달되어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p> <p>이런 나라에서 유독 인기 없는 장르 중에 하나가 운송-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라는 사실이 어떻게 보면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열차, 트럭, 버스, 택시 등 각종 탈 것들에 대한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출시되었지만, 한국 내에서는 크게 인기를 얻은 게임이 별로 없다. 간혹 관심과 흥미를 느낀 게이머들조차도 외국산 게임에 패치를 통해 한국 지형이나 간판을 바꿔 달아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이다.</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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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살던 동네하고 비슷한 풍경의 지하철 역] |
[게임별곡17]이소룡처럼 팔꿈치치기 '더블 드래곤'
[게임별곡18] 달기지 건설 게임 '문베이스'
[게임별곡19] 눈싸움 보글보글? '스노우 브라더스'
[게임별곡20] 우주를 향한 원대한 꿈 '윙커맨더'
[게임별곡21]누구나 닌자가 되고 싶었다! '시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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