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네이버가 독과점 논란에 시달리던 지난 5월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한 강연 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시 김 대표는 시가총액 순위표를 프레젠테이션(PPT)에 띄우고 네이버의 위치를 강조했다.
불과 5개월 뒤 네이버의 위상은 또한번 달라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21조9201억원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지난 8월 재상장한 지 두 달만의 일이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소식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가총액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 SK텔레콤 넘고 SK하이닉스 노린다
게임과 분할한 네이버는 지난 8월29일 재상장하며 시가총액 14위(13조5223억원)로 출발했다. 이후 네이버는 고속 질주해 지난 15일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0조원을 넘어섰다.
2002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을 때와 비교하면 약 60배 가량 뛴 수치다. 네이버(NHN)의 당시 시가총액은 3200억원 수준이었다. 네이버는 코스닥 상장 6개월 만에 시가총액 1위로 뛰어올랐고 2008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네이버는 SK텔레콤, 삼성생명, 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상위권 ‘터줏대감’을 제친 상태. 시총 상위 6위인 SK하이닉스와도 약 2조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증권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성장 동력으로 단연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꼽는다. 라인이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파급력을 갖게 되면서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에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라인은 네이버가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정보통신(IT) 기업과 같은 흐름을 타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의 최근 상승 가도에 네이버가 동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분할·재상장 이후 국내 기관은 네이버 주식을 꾸준히 내다 팔고 있지만 외국인은 이 기간 889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 공정위 과징금에도 "끄덕없다"
증권가가 네이버를 바라보는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잡은 네이버 목표주가는 한 달 만에 8.2% 뛰었다. 지난달 17일 54만6000원에서 이달 18일 59만5235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주가는 65만원 수준.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를 쫓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외국인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까지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네이버 주식을 2729억원 사들였다. 재상장 이후 누적 순매수는 8895억원에 달한다.
증권전문가들은 라인을 선두로 한 네이버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4분기엔 라인의 결제 제휴선을 확대해 유료 전환율을 높이고 음악, 전자상거래 등 신규 수익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라인의 성장성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인이 일본에서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 20조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라인의 IPO 시점을 2015년으로 보고 가치를 30조원으로 제시했다”며 “이는 트위터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핵심 경쟁력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라인 가치는 가입자 확대, 수익화 능력 강화에 따라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면서도 “순식간에 폭발적인 질주라는 점에서 숨을 고를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성 연구원은 당분간 관망 전략을 세우고 외국인 매수세를 살피며 점진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추천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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