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M&A 귀재 이랜드의 질주는 계속될 것인가

입력 2013-10-24 10:52  

은행들 "담보없는 대출은 불가", 늘어나는 부채에 '부담'
자금줄 중국법인 홍콩상장 안하나,못하나?



이 기사는 10월17일(15: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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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는 ‘M&A(인수·합병)’의 귀재다. 2004년 뉴코아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외 패션, 레저 기업들을 집어 삼키며 국내, 해외법인 각각 28개와 66개의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인수 후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2009년 인수한 뉴발란스는 매출 598억원짜리 브랜드를 지난해 3620억원 규모로 키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랜드가 단기간에 M&A로 성공을 거둔 데엔 두 가지 요인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하나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일관성 있는 ‘마스터 플랜’이다. ‘의·식·주·휴·미·락’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 원칙에 맞는 기업들을 차근차근 사들였다. 이랜드 M&A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이규진 전략본부장은 이에 대해 “순서는 바뀔 수 있어도 이랜드는 사고자하는 기업 목록들 안에서만 M&A를 실현에 옮긴다”고 말한다.

서두르지 않고 타깃을 정확히 정해 기업 인수를 진행하다보니 절대로 무리한 가격을 지르지도 않는다. 최근 인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베어스타운만해도 이랜드는 2년 전 1500억원에 인수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단돈’ 200억원에 경영권을 품었다.

두번째는 이랜드 중국법인이라는 확고한 자금 원천이다. 이랜드 차이나는 연 6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며 이랜드의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에 매년 배당금과 로열티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수혈해 주고 있다. 게다가 2008년께부터 나온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은 이랜드월드가 국내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몫돈이 곧 들어올테니 빚을 내달라는 논리가 줄곧 통해왔다는 얘기다. 글로벌 패션, 유통, 레저 기업을 일구려는 이랜드의 ‘진군’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중국 법인 홍콩 상장에 대한 의문
이랜드의 M&A 행진은 2004년 뉴코아, 2006년 홈에버 인수로 절정에 달하다가 2008년 한 차례 주춤했다. 차입금 증가와 경영실적 악화가 겹친 것이다. 이로 인해 그 해 9월 홈에버를 삼성테크코에 재매각하면서 이랜드의 기업 사냥 행렬은 잠시 멈춘다. 그러다 2010년 유럽 명품 브랜드인 ‘만다리나 덕’을 599억원(차입금 521억원)에 인수하는 등 M&A 전략을 다시 전개하기 시작했다. 작년엔 PIC사이판 등 레저 부문으로도 M&A 영역을 넓혔다. 올해에만 케이스위스, 베어스타운을 신규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차질없이 진행될 것만 같던 이랜드의 행보에 최근 들어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은 2008년과 비슷하다. 만다리나 덕을 보유한 유럽 법인이 자본 잠식에 빠지는 등 뉴발란스를 제외하고는 새로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이다.그룹 M&A를 총괄하는 이랜드월드의 부채 상황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대 논란 거리는 이랜드 차이나의 홍콩 증시 상장이다. 당장 할 것만 같던 IPO 계획이 계속 뒤로 미뤄지면서 국내 은행과 기관 투자가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이랜드는 공동 투자를 제의하러 올 때 늘 홍콩에 상장만 하면 수조원이 들어온다고 말하지만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는 홍콩 상장을 위해 중국 사업의 지주회사인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이랜드패션홍콩을 설립했다. 골드만삭스PE가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상장을 위한 주관사도 골드만삭스가 맡고 있다. 상장 지연에 대해 이랜드의 공식 입장은 “예상 공모가가 당초 원했던 것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증시 상장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중국 내수 시장 불황으로 의류업체의 재고 과잉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며 “최근 2년 내 중국 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의류, 패션업체가 전무하다는 것이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랜드가 상장하려는 홍콩 증권거래소 역시 중국의 이같은 의류 산업 현황을 감안해 상장 심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랜드차이나에서 이랜드월드로 빠져나가는 돈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상장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중국 법인들로부터 배당금 402억원과 로열티 417억원 등 총 819억원을 받았다. 2010년 518억원 대비 58% 늘어난 금액이다. 중국 주요 3개 법인(의념, 의련, 위시법인)의 지난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698원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을 한국으로 송금했다는 얘기다. 이랜드그룹은 35% 수준인 배당률(작년 말)을 올해 40%, 내년엔 50%로 늘릴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월드로선 자금을 더 수혈받을 수 있다는 얘기지만 중국법인의 홍콩 상장이라는 관점에선 한국 본사로 돈이 많이 빠져나가는 것은 결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 "이랜드월드 부채 한계점"
이랜드가 주장하듯 이랜드 차이나의 홍콩 상장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으나 금융권 관계자는 “상장 전까지 앞으로 추가 M&A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이랜드로선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의 올해 반기 말 연결 기준 차입금은 4조3552억원으로 전년 3조5991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개별 재무제표로는 올 3월 말 부채가 1조1531억원에 관계사 지급보증도 4998억원에 달한다. 자산총계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차입금 의존도는 51.1%다. 이희정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랜드월드에 대해 “그룹의 M&A 자금을 도맡으면서 현금 창출력에 비해 부채 부담이 크다”며 “주된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국내 시중 은행들이 여신 건전성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랜드로선 부담 요인이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이랜드가 자산이 풍부한 기업인 만큼 담보 대출은 언제든 가능하다”면서도 “운전 자금용 한도 대출은 신규로 늘리기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의 부채 중 단기성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3.4%(3월 말 기준)다.

게다가 이랜드는 지난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지정돼 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 계열사간 지급보증을 해소해야 할 처지다. 2011년 말 2680억원에서 작년 1751억원으로 줄였고, 내년까지 이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자산유동화나 신규 여신 조달, 차입 조건 변경 등으로 자금을 모아야 해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자금 수요가 더 많아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이랜드가 당장 빚에 허덕일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외 여건상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추가로 공격적인 M&A를 진행하기엔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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